헬스장 광고를 접하고 불쾌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뚱뚱하고 못생기셨나요? 이제 못생기기만 하세요.” “뼈만 남기고 빼드립니다.” 왜 헬스장에서 사람들은, 특히 여성은 몸으로만 평가 받게 될까.
한국일보 영상콘텐츠 채널 ‘프란’(PRAN)이 매주 볼만한 문화 콘텐츠를 선정해 소개하는 코너 ‘프란픽’, 이번 주 콘텐츠는 책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다.
이 책은 취업 후 피폐해진 일상을 복구하고자 운동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바쁜 사회초년생이 할 수 있는 운동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불규칙한 퇴근 시간 등 현실적인 이유에 가로막히게 된다.
결국 저자는 월급의 20%를 차지하는 퍼스널트레이닝(PT)을 등록하고 ‘자발적 PT푸어’가 된다. 그러나 돈과 시간을 투자한 운동 시간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전문가로서 유능하지만 ‘살 빼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다’는 말은 이해하지 못하는 헬스 트레이너, ‘명예의 단두대 전당’ 같은 회원들의 다이어트 비포-애프터 사진을 모아둔 복도, 몸을 훑는 불쾌한 시선 등 헬스장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여성혐오와 소비주의 문화가 부추기는 ‘모욕 마케팅’을 포착하게 된다.
여성의 운동은 ‘사회에서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만 비춰진다. 그러나 저자가 운동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일상을 더 잘 살기 위해, 몸의 기능을 더 잘 쓰기 위해서였다. 승모근이 튀어나오거나 허벅지가 굵어지는 운동도 상관없다.
자신의 몸을 어떤 이미지가 아닌 ‘몸’ 그 자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킥복싱, 폴댄스, 주짓수 등 운동의 종류도, 동기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몸 자체로 인식하고 ‘여성의 운동’에 씌워진 편견을 거부한다는 점은 같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 “나는 운동으로 내 몸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을 더 잘 살아갈 힘을 기른다, 조금씩.”
이현경 PD bb8@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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