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ᆞ사대 졸업생 교육현장 즉시 투입 위험
현장 실습 교육 강화로 실무능력 제고해야
정부 의지와 투자, 교육여건 개선이 중요
원하는 결실이 맺지 않았을 때 보통은 씨앗을 바꾸려 한다. 만일 씨앗이 아니라 토양과 거름, 그리고 기후가 문제라면 씨앗을 바꾸어도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임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정책의 경우 효과가 나지 않으면 정책을 바꾸려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직접 관련된 교직 과목의 구조, 과목명, 교수 요목 등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도 유사하다. 과거 수차례 바꾸었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면 이제는 연관된 다른 체제 및 요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직 과목 현장성 제고 시도와 관련된 중요한 체제와 요인에는 양성과 임용의 관계, 양성기관 평가인증제, 교수, 임용시험, 그리고 국가 지원 등이 있다.
교원 양성 프로그램의 현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실습이 위주가 돼야 하지만 양성 후 임용을 보장하는 양성ᆞ임용 일체형, 혹은 높은 임용률을 보장하는 양성ᆞ임용 연계형일 때만 채택할 수 있고, 또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임용률이 아주 낮은 사범대에서는 실습을 크게 늘리기도,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이들 모두를 실습시키는 것은 자원 낭비고, 실습을 강요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차라리 임용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교직 실무 교육을 시키는 임용 후 양성형(전문대학원 포함) 형태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교ㆍ사대 졸업생을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것은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 없이 졸업한 의대생에게 바로 수술을 집도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음으로는 예비교사들이 교육 과정에 성실히 임하도록 유도하는 평가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교사 양성기관은 교직 근무에 부적합한 사람을 잘 걸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예비교사들의 교육에 임하는 자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부적격 교사가 늘어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장성 강화 목적의 성패는 예비교사를 가르치는 교수를 통해 결정된다. 교수 채용 시 혹은 채용 후라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사 양성기관 교수로서의 소명 의식과 필요한 교육학적 지식과 역량을 갖추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 교수들이 교수학습공동체를 구성ㆍ운영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 공동체가 활성화되면 교수들은 가르치는 과목 내용의 현장성, 과목 간의 중복, 교직과목 전체 구성의 타당성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조정해 갈 것이다.
교수들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 확보가 방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초ᆞ중ᆞ고교처럼 교수의 교육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현장성 강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강의계획서, 실제 강의 내용, 교수법 등에 대한 실사를 통해 목적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체제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교수들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고 이를 선도할 수 있도록 연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임용시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 해당 과목 집중도는 임용시험과의 연계 정도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교사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역량을 다루는 과목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임용시험과 연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제반 시도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장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와 투자다. 교사 양성기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의대, 과기원, 경찰대 등 특수목적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임시 강사 의존율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 현장성 강화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사 양성기관이 최소한 법정 교수 수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교사 양성 프로그램의 현장성 강화계획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는 투자와 그에 따른 교육 여건으로 입증된다.
교직 과목의 현장성 강화라는 작은 정책이 효과를 올리게 하는데도 고려할 점이 이렇게 많다. 모든 체제는 상호 연결돼 있는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며 체제와 정책 개편에 임하길 기대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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