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프리, 반려동물 세상] <상> 스트레스 해소 걸음마,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에서 지난 17일 곽태희 D&T 대표가 한 반려견을 대상으로 ‘매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매트(mat)”. 명령이 떨어지자 “멍멍” “왈왈” 천방지축으로 짖던 반려견 4마리가 매트 위에 올라와 다소곳이 앉는다. 칭찬의 의미로 간식을 주자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 2층. 창문 너머로 안양천이 보이는 반려동물 교육장에 들어서자 곽태희(37) D&T 대표의 지도에 맞춰 반려견주 4명이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었다. 이날은 기초 매너교육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람처럼 도시에서 반려견으로서 살아갈 때 필요한 기본 매너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곽 대표는 ‘매트 교육’ 후 주인이 매트에서 떨어져도 반려견들이 매트에 가만히 않아 있도록 하는 ‘기다려 교육’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처음에는 주인이 한 발짝만 떼도 주인을 향해 곧장 달려가던 반려견들이 5분 정도 지나자 매트 위에 않아 천진난만하게 간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 교육’은 누가 집을 방문할 때 매트 위에 있던 반려견들이 주인이 일어서면 따라가는 성향을 자제시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방문객의 불편함을 줄이는 데 효과가 크다.

이날 반려견들이 받은 사회화 교육은 반려견들에게 평생 해야 하는 숙제이다. 또한 스트레스와 직결돼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들은 처음 보면 적과 친구를 구분하지 못 하지만 사회화 과정을 거쳐 다시 만나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 곽 대표는 “자전거, 자동차, 사람, 다른 개, 펄럭거리는 깃발이 도시의 반려견들에게는 다 스트레스 요인”이라며 “어릴 때 사회화 교육이 잘 돼 있을수록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극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 오는 반려견들은 다른 개의 집착이나 공격의 트라우마로 주인에게 과도한 애착이 있거나 배변을 정해진 곳에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교육센터는 이처럼 일부 ‘행동 문제’를 수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윤민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서울반려동물교육센터는 기초적인 사회화 교육으로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 현장에서 만난 견주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반려견에 대해 몰랐던 점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도 교육을 통해 반려견의 본능과 행동 양식을 알게 되면 인간과 반려견의 공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반려동물교육센터를 설치했다. 4~11월 맞춤형 동물보호 교육을 진행했고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반려묘 과정을 개설했다. ‘행동 교정 심화반’ 과정은 △기본 매너 교육 △분리불안 행동 교육 △흥분ㆍ짖음 등 과도한 반응 완화 교육 △신체 접촉 두려움 완화 교육 4가지 주제로 진행한다.

반려동물들의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조기 사회화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또 있다. 야외에서 반려견들을 충분히 뛰어 놀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수에 비해 사회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여건에서 서울시가 2013년부터 문을 열고 있는 반려견 놀이터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2013년 7월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에 747㎡ 규모로 가장 먼저 설치됐다. 이듬해 4월 마포구 월드컵공원(1,638㎡), 2016년 4월 동작구 보라매공원(1,300㎡) 순으로 세워졌다.

반려견에게 ‘뛰어 논다’는 개념은 신체적 활동만을 의미하는 인간과는 다소 다르다. 반려견들은 다른 개의 배변 냄새를 맡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서 간접적인 사회화 교육을 받으면서 정신적 에너지도 함께 쏟아낸다.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견주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서울시가 2018년 이용자 5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3.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75.9%가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서’를 1순위로 꼽았다. 그만큼 반려견을 놀릴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주인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자치구도 반려견 놀이터 조성에 빠르게 가세하고 있다. 도봉구는 2017년 10월 창동 초안산근린공원에 800㎡ 규모로 개장했고, 노원구는 월계동에 올해 안으로 1,000㎡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동대문구와 구로구도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준비 중이다. 곽태희 대표는 “보호자들이 ‘펫 매너’만 지킬 수 있다면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들이 신체적ㆍ정신적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불편을 덜 끼칠 수 있어 효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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