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후론 세상에 알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난 16일 경북 상주시 남성동 상주 도시재생지원센터. 올 4월부터 7개월 동안 상주 곳곳을 누빈 상주 마을탐정단의 수료식이 열렸다. 상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거리, 시장, 특산물, 맛집 등을 누비며 잡지까지 만든 주인공은 상주여중 도시재생 동아리의 여중생 16명이다. 탐정보다는 기자에 가까운 이들은 이날 직접 만든 잡지를 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상주여중 1학년인 김문원(13) 양은 “직접 만든 잡지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얼떨떨한 기분도 든다”며 “고향 상주가 이제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주 마을탐정단은 상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하나로 출발했다. 상주여중 1~3학년 도시재생 동아리 학생 16명은 4월부터 매달 격주 수요일마다 메세지팩토리협동조합이 주관하는 교육을 통해 취재와 인터뷰 방법, 지역 자원 조사 활동을 펼쳤다. 마을 자원 지도 만들기, 잡지 페이지 구성, 나만의 명함 만들기도 포함됐다.
인터뷰 대상은 다양했다. ‘봉자네 Rowa’, ‘무양주택’, ‘OriginR’ 등 카페와 미용실 사장, 상주 도시재생 전문가 2명 등 6명을 만났다. 이 동아리 박선현(14ㆍ2년) 양은 "탐정단 활동을 하면서 학교, 집, 학원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즐거웠다”며 “평소 스쳐 지나던 거리도 이제는 자세하게 뜯어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선영(13ㆍ1년) 양도 “처음 가게 인터뷰를 했을 때는 생소하고 어색했는데 만나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게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상주여자중학교와 함께 하는 상주 마을탐정단’이라는 제목의 잡지는 A4용지 40쪽에 다양한 소식을 담았다. 탐정단이 선정한 상주 맛집과 곶감, 쌀, 오이, 포도 등 지역 대표 특산물 코너는 기본이고 동네방네 탐방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중생들이 자전거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을 따라 걸어본 풍경과 중앙시장 상인들의 왁자지껄한 모습, 분식집과 카페에서의 수다 등 크게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를 공동체의 핫 이슈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들 탐정들은 어린 시절 다녔던 무용학원 선생님을 우연히 만난 이야기나, 상주의 맛집과 관광지, 핫플레이스도 소개하며 상주사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음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수현(14ㆍ2년) 양은 “다음에는 도심을 벗어나 농촌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한 평생 상주에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얘기 보따리를 풀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탐정단 프로그램을 진행한 노경민(34) 메세지팩토리협동조합 대표는 “탐정단들이 상주를 구석구석 누비면서 지역에 대한 사랑이 커진 것 같다”며 “좀 더 알찬 프로그램을 구성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상주시의 각오도 남다르다. 상주여중 도시재생 동아리 담당 남인화 교사도 “평소에는 무덤덤하게 지나쳤던 상주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학생들이 고향을 자랑스러워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최재완 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교육기획협력팀장은 “차기 마을탐정단이 지역의 명소를 만들고 낙후된 도심을 재탄생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스토리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상주=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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