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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ㆍ창경궁 등 인근 일본인 명의 땅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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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ㆍ창경궁 등 인근 일본인 명의 땅 여전

입력
2019.10.23 15:16
수정
2019.10.23 1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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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산 토지 843필지 방치… “업무 이관 안 돼서 환수 늦어져” 해명

혈세 들인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은 사라져

김두관 의원 “MB정부 친일청산 의지 없었다”

김두관 의원 제공.
김두관 의원 제공.

정부의 검토로 국고 환수를 결정했음에도 10년 가까이 환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본인 명의 토지가 843필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종묘와 창경궁 사이, 국치길 인근 등 역사적 장소 인근 토지도 포함돼 있다. 환수가 늦어지는 이유는 어이 없게도 부처간 업무 이관이 안 됐던 탓이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재산조사위)가 확정한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고로 환수되지 않은 토지는 843필지, 약 0.4㎢에 이른다.

이 땅들은 광복 이전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으로 국고 환수 대상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2006~2010년 활동한 재산조사위는 해산 당시 일본인 명의 토지 3,520필지를 확인해 환수를 결정했다.

김 의원이 843필지를 조사한 결과, 창경궁 바로 옆이나 서울 국치길, 동대문역사공원역이 위치한 광희동사거리, 숭례문이 보이는 서울태평로우체국 건물 앞, 수원 향교 앞 등 도심 속 역사적 장소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종묘와 창경궁 사이, 올해 서울시가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로 조성한 ‘서울 국치길’에도 일본인 명의 토지가 아직 남아 있다.

토지 환수가 늦어지는 건, 부처 간 업무 이관 소홀 때문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의 환수 주체는 애초 기획재정부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넘겨지지 않았다. 김 의원이 기재부와 조달청,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귀속재산 이관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문서를 보냈거나 받았다는 내역조차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달청은 기재부로부터 업무는 이관 받았으나 기재부가 마무리했어야 할 환수에 대한 내용은 이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조사위원회의 자료 자체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재위 소속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인한 결과, 당시 조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재조선 일본인 인명 자료집(일본인명DB)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 중 ‘일본인명 DB 검색 프로그램’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감사원은 지난 5월 “이 프로그램은 기재부와 이관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유지ㆍ보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관되지 못한 채 사장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친일청산에 의지가 없었다”며 “조사위는 시간도 인력도 부족해 연장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 없이 활동이 종료됐고, 그 결과물조차 이관이 안 돼 방치되어 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민족적ㆍ역사적 장소에 일본인 명의 토지인 적산(敵産)이 남아있는 것은 민족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의원도 “국민의 혈세와 4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친일재산귀속자료가 정권이 바뀌자 한 순간에 사라졌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당 자료의 존재를 확인하여 역사적 가치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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