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협상 당일 ‘압박 발언’인 듯… 주택ㆍ기지ㆍ공공요금 등 예시 들기도
중동을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한국을 특정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하와이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 2차 회의(23~24일)가 시작되기 직전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한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우회적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가 미국의 패트리엇 배치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는데 어떤 것이며, 어디에 배치되나’라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대통령과 나는 취임 이래 모든 동맹과 파트너들에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며 “일본에서 주둔국 지원이든, 유럽 동맹국의 늘어난 국내총생산(GDP)이든, 핵심은 방위비 분담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관련,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작전 비용 분담에 동의했다면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군을 (사우디의) 용병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용병은 보수를 위해 일을 하지만, 우리는 용병이 아니다”라며 △사우디 방어 △이란 억지 △국제규칙에 따른 질서 수호 등의 3가지 목표를 꼽았다.
특히 ‘다양한 방식의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가 아시아와 유럽 등의 동맹과 파트너에 기대하는 건 방위비 분담, 주택이나 군대 주둔, 배치 지원 등을 도우라는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은 많은 형태를 취하며, 여기엔 전진 배치 병력이 있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지 및 기지의 공공요금 지불도 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치 비용의 부담 또는 상쇄에 도움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며 “나는 이것이 방위비 분담 항목에 들어가는 폭넓은 메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주한미군 직간접 운용 및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계산에 적용해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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