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에서 횟집 ‘해사랑’을 운영하는 장진수(49)씨는 지난 8월 지역 프로축구단 제주 유나이티드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구단이 병역 의무를 마친 제주 수비수 김지운(29)의 복귀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찾아왔는데, 횟집을 배경으로 한 선수 사진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다.
17일 만난 장씨는 “(구단에)해준 거라곤 매장 안팎에 경기일정 포스터와 유니폼 액자를 걸어놓은 것뿐인데, 구단이 우리 가게를 알린 덕분에 경기 날 전후로 많은 축구팬들과 관계자들이 이 곳을 찾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구단이 지역 상인들에게 먼저 다가와주니, 우리로선 자발적 홍보대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올해 제주는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거나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선수들을 ‘후원의 집’과 지역 관광명소로 데려가 공식 입단사진을 찍었다. ‘꽃미남 미드필더’ 임상협(31)은 지역 꽃집, 수비수 최규백(25)은 선수단 회식을 지원해준 흑돼지 고깃집에서 입단 사진을 찍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옷피셜(공식 입단사진)’이라기보다 광고 또는 화보에 가까운 ‘작품’이 구단 여러 매체와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다 보니 상인들은 홍보효과에 웃고 팬들은 “앨범으로 출시하라”고 아우성이다.
장씨는 “축구선수를 돈 안 들이고 가게 모델로 쓴 셈이라 최하위인 제주가 2부 리그로 떨어져도 (구단과)잡은 손을 놓지 못할 것”이라면서 “축구팬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식사를 하다 축구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은데, 남은 몇 경기라도 제발 이긴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제주 관계자는 “올해 성적이 너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관중이 늘어나는 덴 후원의 집을 통한 홍보도 큰 몫을 한 것 같다”며 “모든 후원의 집을 매체에 노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귀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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