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24일 답변했다. 포털의 허위조작정보 차단 의무 부과, 언론사 정정보도 위치를 신문 첫 지면으로 지정 등 현재 발의돼 있는 법안들을 포함, 다양한 의견 수렴 후 조속한 입법을 지원하면서 팩트체크 장치 활성화, 국민의 정보 판별력을 높일 미디어 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언론사의 가짜뉴스의 강력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답변을 전달했다. 해당 청원은 8월 26일 게재돼 지난달 25일까지 22만9,202명이 동의했다.
우선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해결에 필요한 수단으로 팩트체크를 강조했다. 그는 “팩트체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허위조작정보를 걸러내고 담론의 품질을 높이는 실질적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수용하는 확증 편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 언론사, 민간 전문기관 등의 팩트체크는 아직 시작 단계로 언론사 등 민간의 자율적인 팩트체크 기능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구할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팩트체크라는 사회적 장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허위조작정보 생산 및 유통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므로 국민 스스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별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한 위원장은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제작하고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정보를 팩트체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방통위, 문체부 등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스스로 정보 판별력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디어 교육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수준이나 방안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관련된 법안 입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9건, 가짜뉴스 제정법 2건, 방송법 2건, 언론중재법 개정안 6건 등이 발의돼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 허위조작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언론사의 오보 등에 대한 정정보도 위치를 신문의 첫 지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계속 수렴해 가면서 빠른 시일 내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하여 언론사, 플랫폼 사업자 등 정보의 생산, 유통의 주체들이 스스로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임을 더욱 더 무겁게 인식하고 실천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정부 또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한 방통위원장의 답변 전문.
■한 위원장 답변 전문
최근 들어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정보의 공급 주체가 전통적 미디어에 한정되지 않고 온라인상의 매체로 확대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통되고 있다. 사실과 다른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만들어지면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고, 이러한 언론의 오보는 온라인에서 또다시 부풀려져 재생산된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언론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결국 사회에서 건강한 공론의 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각계의 우려가 매우 깊다.
가짜뉴스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에 따라 혐오발언 등 범죄내용을 발견한 후 삭제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기업에 500만유로, 약 60억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허위정보와 관련해 수익배분 제한 등 기업의 실천강령을 마련해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선 가짜뉴스, 즉 ‘페이크 뉴스(fake news)’란 단어의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허위조작정보, 즉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이라는 개념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을 정립하여 다양한 해결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명백하게 사실관계를 조작한 정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풍자와 패러디를 포함하는 가짜뉴스와는 차이가 있다. 현재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먼저, 언론사의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에 따라 이해관계 당사자가 언론사와 언론중재위원회를 대상으로 반론 및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권리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는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온라인에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로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 당한 자가 인터넷 사업자에게 삭제나 임시조치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인터넷 사업자는 이 요청에 응해야 한다. 또한, 허위조작정보가 정보통신망법 상의 불법정보에 해당하거나 헌법에 반하여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유해 정보인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인터넷사업자에게 삭제와 접속 차단과 같은 시정요구가 가능하다.
단, 이러한 방법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자가 사후적으로 구제를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속한 확산 및 유포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팩트체크 기능은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팩트체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허위조작정보를 걸러내고 담론의 품질을 높이는 실질적 효과가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수용하는 확증 편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때문에 세계 곳곳에는 언론사, 연구소, 비영리단체 등 모두 194개의 다양한 팩트체크 기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팩트체크 기관은 철저하고 투명한 사실 검증을 통해서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 또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사실검증이라는 저널리즘 기능을 강화해 팩트체크를 실시하고 보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기사 작성 과정에서도 사실관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의 기본 책무다. 주요 국가의 사례와 비교할 때 주요 언론사, 민간 전문기관 등의 팩트체크는 아직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 등 민간의 자율적인 팩트체크 기능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팩트체크라는 사회적 장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
허위조작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스스로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해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씀 드렸듯 미디어 환경 변화로 지금은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제작하고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정보를 팩트체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방통위, 문체부 등은 청소년, 성인 등 전국민을 대상으로 스스로 정보 판별력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미디어 교육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기본 원칙 중의 하나다. 그런 이유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민주주의 공론의 장을 훼손하는 악의적인 의도를 지닌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방관할 수만은 없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 수준과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9건, 가짜뉴스 제정법 2건, 방송법 2건, 언론중재법 개정안 6건 등 다수의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허위조작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언론사의 오보 등에 대한 정정보도 위치를 신문의 첫 지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계속 수렴해 가면서 빠른 시일 내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마지막으로 본 청원을 계기로 하여 언론사, 플랫폼 사업자 등 정보의 생산, 유통의 주체들이 스스로에게 부과된 사회적 책임을 더욱 더 무겁게 인식하고 실천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정부 또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