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한 이춘재 DNA 확보에 나선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화성 3·4·5·7·9차 사건을 제외한 화성 5건, 기타 4건 등의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나오지 않았거나 분석을 의뢰할 만한 증거물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아서다.
과학적 증명을 통해 이춘재의 자백에 대한 신빙성을 확보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경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이 의뢰한 10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3·4·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를 찾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5건의 진범으로 이춘재를 지목, 최근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1·6·8·10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는 이춘재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 2차 사건의 증거물은 현재 국과수에서 정밀 분석 중으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2차 사건은 1986년 10월 20일 오후 8시쯤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에서 박모(당시 25세)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문제는 2차 사건의 증거물이 화성 사건의 마지막 증거물이라는 점이다. 이춘재의 자백 외에는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재분석에 나섰을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화성 사건과 관련한 증거물이 7개 박스, 138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다수가 증거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당시 작성한 15만 장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주변 인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범인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이는 이유다.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도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2차 사건까지 분석을 마치면 남아 있는 증거물은 없다”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증거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성연쇄살인사건 등에 대해 기한을 정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본부는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되 최대한 진실을 규명할 때까지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윤씨의 변호인이 요청한 ‘정보공개청구’와 관련, 수사에 미치는 영향 및 윤씨의 권리구제, 현재의 수사 등을 판단해 당시 윤씨 신문조서와 구속영장 등 9건의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