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량의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고 흡입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선호(29)씨가 지난 24일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나자 온라인 공간은 들끓었다. 수위 차이는 있었지만 법원이 마약사범으로 기소된 재벌가 자녀들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한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지난 달에도 법원은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그룹 3세 최모(31)씨, 그리고 현대가 3세 정모(28)씨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말 법원은 재벌가 자녀들에게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걸까.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의 통계를 보면 2018년에는 총 4,396건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있었다.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 받아 실형을 살게 된 사람은 2,317명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들(1,603명) 보다 45% 가까이 더 많았다. 2017년에도 실형 선고는 2,890명, 집행유예는 1,994명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재벌가 자녀들에게만 유독 집행유예 판결이 많다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물론 단순 비교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마약 매매에 관여하거나 알선하는 경우가 아닌 단순 투약 또는 소지 범죄의 경우에는 △범행 가담 동기 및 적극 가담 여부 △마약 관련 전과 기록 여부 △반성 여부 등이 형량 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앞서 법원은 SK그룹 3세 최씨와 현대가 3세 정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반성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설령 편파적 판결이 아니라 해도, 재벌가 자제들이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배경 등을 고려한다면 재판부가 형을 감경하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선호씨의 경우 구속 상태였고 부인이 만삭인 점 등이 참작되긴 했지만 다량의 마약류를 밀반입한 부분을 (판결에)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흡입 혐의 외에도 대마 액상 카트리지 20개, 대마사탕 37개, 대마 젤리 130개를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됐는데 범행을 단순 투약ㆍ소지 수준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취지다. 허 변호사는 “해외 유학 중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 재벌가 자제들은 공급자가 아무리 높은 가격을 요구해도 감당할 수 있어 ‘주요 타깃’이 된다”며 “이들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