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25일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산업계 시선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국 지정 조치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와 자동차 관세 문제는 전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결정에 자동차 관세 면제라는 실리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개도국 지위 포기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최근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고 25%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인데,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과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보고서 검토 기간이 종료되는 5월 18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가 마감 전날인 17일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 232조 대상국에 어떤 나라를 포함할지를 11월 14일에 밝히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32조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왔다. 미국은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이 받을 타격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측불가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이긴 하지만,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232조 대상에 한국 자동차를 포함할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했을 경우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불리해질 수 있지만, 그런 우려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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