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은 청구권협정을 지켜왔다’고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 총리는 일본의 주장을 뒤엎으려는 ‘의도’를 발언에 담았다고 한다.
이 총리의 일본 방문 일정을 수행하고 귀국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이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프레임을 형성해 온 면이 있는데, 그 프레임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없다’는 걸 강조하려고 했다”고 이 총리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 입장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존중해 사법절차를 완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총리의 발언은 ‘대법원 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약속을 늘 지켜왔고 그 토대 위에서 대법원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우리가 쓰지 않던 표현까지 사용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24일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회담 종료 이후 3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뒤늦게 브리핑까지 열며 자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부장관은 “아베 총리가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확인했다.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히 크지만, 양국은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촉진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공식 외교 라인을 중심으로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다. 정계나 학계 등 비선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오해를 낳고 상황을 꼬이게 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일 갈등 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달 밖에 남지 않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일본은 ‘전적으로 공이 한국에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관계 정상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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