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의 시위 사태가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8일 산티아고에서 시위대의 지하철역, 공공버스에 대한 방화에 대응하는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양측의 충돌이 폭력과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내란에 버금가는 시위 양상은 극에 달했다.시위와 별개로 슈퍼마켓, 의류창고에 대한 약탈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다음 날 칠레 정부는 전국에 비상사태 선포하고 더불어 야간 통행금지를 발령하는 등 강경 대책을 내놓았다.이 자리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자극받은 시위대와 군경 간의 과격한 물리적 충돌은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틀간의 총파업이 시작된 23일 칠레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물대포와 고무탄을 동원한 군경에 맞서서 시위대는 돌을 던지거나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집기를 태우며 격렬하게 저항했다.화염과 최루탄, 돌멩이가 가득한 산티아고 거리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칠레 인권단체에 따르면 군경과의 충돌로 사망한 시위대는 5명이며 부상자는 269명에 달한다. 방화나 음주운전 차량이 시위대를 덮쳐 4세 어린이 등 2명이 사망한 사건까지 지금까지 칠레 전역에서 모두 18명이 숨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피녜라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시위대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연금과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위대를 달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칠레 시위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지만 보건,교육,교통 등 공공서비스 부문을 민영화하면서 시민들의 지출 부담이 늘어난 데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또 남미 국가 대부분이 안고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으로 인해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는 설명도 있다.정책이나 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기에 칠레 시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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