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석방” “문재인 하야” 광장 맞불ㆍ정치 실종 여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광장의 ‘조국 대전’ 열기는 여전하다. 조 전 장관 사퇴를 주장하던 보수 세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반대를 넘어서 문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하고 있으며, 진보 세력의 검찰 개혁 집회 역시 계엄령 문건 관련 특검 수사 등으로 맞붙고 있어 전장은 오히려 확대된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이후 진보진영은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 기존 집회에서 나왔던 구호에 ‘정경심 석방’이란 구호가 더해졌고,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수사를 검찰이 아니라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주최 측은 추산 인원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26일 ‘검찰개혁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 가 주최한 여의도 집회와 ‘북유게사람들’이 주최한 서초동 집회 모두 참가자들로 국회의사당과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 수백m가 가득 찼다.
보수 진영 역시 사퇴한 조 전 장관을 고리로 세력을 끌어 모아 광장에서 맞붙고 있다. 25일 오후 7시부터 철야 집회를 열었던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 데 이어, 27일에는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집회를 열어 주최측 추산으로 5,000여명이 참석했다. 9일과 19일 장외 집회에 잇따라 참석해 정부를 비판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25일 집회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린 여의도에서는 자유연대 등 보수 단체가 2주째 맞불 집회를 열었다.
양 진영이 맞붙은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사퇴로 주춤했던 열기도 26일 집회부터 다시 강해졌다”며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11월 27일까지 여야가 합의해서 공수처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집회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범투본 역시 11월 2일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며 청와대 앞 농성은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광장의 분열이 장기화하면서 여의도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조 전 장관이 사퇴했지만 여당이 공식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은 계속 거리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장외 투쟁의 강도를 높여 국정 기조 전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블랙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얼마나 지지를 받을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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