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 LAB2050, 2021년 기본소득제 제안… “빈곤 감소, 경제 활력 효과”
한 민간연구소가 기존의 소득공제ㆍ세액공제를 대부분 폐지하고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을 없애는 대신 전국민에게 월 30만원 이상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의 ‘국민기본소득제’를 제안했다. 최근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수당 대상자를 4배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정치권과 지자체에선 ‘농민기본소득제’가 대두되는 등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제안이어서 주목된다.
민간연구소 LAB2050은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국민기본소득제: 2012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제안한 국민기본소득제는 아동, 노인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개인에게 월 30만~6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부터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과 2028년부터 월 65만원(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기준)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총 6개 모델을 내놓았다. 올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기인구특별추계에 따라 인구수를 추산해 보면 필요한 예산은 최소 187조원에서 최대 405조원 정도다.
기본소득제란 저소득층, 아동, 청년,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소외계층에게 자격을 선별해 복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한 생계비를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혜자 선별에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줄어들고 실업이나 재난에 대비한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막대한 재원 때문에 ‘이상론’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나온 제안은 해외에서 논의되는 ‘환경세’ ‘구글세’ 등 신종 세금을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세제를 손보고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을 폐지하는 등 ‘2년 안에 가능한’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한국은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감면 항목이 너무 많아 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소득세의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세제를 단순화하는 것만으로도 56조원의 기본소득 재원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연소득 4,700만원(세전)이하인 개인은 기존보다 소득이 늘어나도록 소득세 명목세율을 2~3%포인트 낮추는 쪽으로 설계했다.
연소득 4,700만원이 넘어도 모두가 전보다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구원 전원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고소득 1인가구가 아닌 이상 대부분 가구의 총 소득은 오히려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억원인 외벌이 4인가구(자녀 2명 포함)가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는 경우, 소득세 비과세 감면혜택을 받지 못해 현재보다 연 70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지만, 배우자와 자녀 2인에게 연 360만원씩이 지급되므로 가구소득 총액은 오히려 350만원 가량 늘게 된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제 도입이 ‘플랫폼 노동’이 횡행하는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사회안전망을 제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만 보려 하고 자영업자가 몰락하는 등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최소생계가 보장된다면 민간소비가 늘고 새로운 경제활동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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