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는 “전광훈 목사가 기독교 위상 심각히 훼손”
개신교인 10명 중 8명이 기독교의 정치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일부 보수성향 개신교인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따른다.
30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79.5%는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률은 5.2%에 그쳤다. ‘태극기부대 집회에 기독교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74.4%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고, 7.5%만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전광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목사의 언행에 대해 개신교인 64.2%는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폐쇄적이고 일부 독단적으로 비칠 것 같아서 우려된다’(22.2%), ‘전광훈 목사의 주장에 동의한다’(10.1%), ‘한국사회가 좌경화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기에 적극 지지한다’(3.3%) 순으로 답했다. 전 목사 언행에 사실상 동의를 나타낸 교인이 13.4%였다. 설문분석에 참여한 이상철 한신대 교수는 “대다수의 개신교인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공장의 의견을 기울이며 개신교 목회자들의 극단적 극우 행보에 반감을 보인다”며 “하지만 사회가 양극화할수록 일부 극우성향의 교인들이 운신할 폭이 넓어지고 득세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낙태와 동성애 등 성 관련 인식에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을 뺏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개신교인의 50.2%가 동의했고, 비개신교인의 27.6%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이 각각 58.4%, 25.0%가 동의해 33.4%포인트의 차이를 보여줬다. 설문을 분석한 송진순 이화여대 박사는 “기존 한국 교회의 가부장적인 권위 구조와 보수적 신앙관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면서 성차별적 인식을 더욱 강화해왔다”며 “이러한 교회 문화에서 낙태의 책임과 비난은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는 동성애자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 등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8~10일 설문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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