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별세 이튿날, 야당 대표들 조문… 아베 위로전 전달
與 인사는 발길 돌려… 문 대통령 “평소처럼 국정 살피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별세한 모친 강한옥 여사의 장례식을 “가족과 친지끼리 치르겠다”고 했지만, 빈소가 차려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엔 30일 종일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3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국정에 전념해줄 것을 단단히 지시했다고 한다. 빈소가 차려진 남천성당 근처에는 조문객 신원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경호인력이 배치됐다.
‘가족 외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으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시작으로 야당 대표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날 밤 부고를 직접 알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문 대통령이) 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 어머니가) 어렵게 자녀를 키우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마음을 기억하며 대통령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나 원내대표는 “나라의 큰 어른의 상이기 때문에, 조문을 오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ㆍ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국민을 통솔하는 분인 만큼, 개인적 아픔을 잘 삼키고, 차분하고 훌륭한 자세로 상주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심 대표는 “먼 길 떠나시는 어머님을 배웅해드리는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7대 종단 인사 20여명도 빈소를 찾았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에서 문 대통령은 종교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이자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저녁 식사를 할 때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 몇 가지 보고를 드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과의 관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조문했다. 거제에서 탄생한 문 대통령의 탯줄을 직접 잘라 준 할머니의 자제들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고 강한옥 여사는 북한 함경도 흥남 출신으로, 1950년 흥남 철수 때 문 대통령의 선친과 거제로 피란을 왔다.
주한 외교사절들의 모습도 다수 보였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일본대사는 조문을 마친 뒤 아베 총리의 위로전을 전달했다. 또 안드레이 쿨릭 러시아대사, 추궈홍(邱國洪) 중국대사,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 순으로 조문이 이어졌다.
성당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두 차례에 걸쳐 빈소를 찾았지만 끝내 조문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문 요청을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유족의 뜻을 이해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화환도 돌려 보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5시 40분쯤 남천성당에 도착해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에 참석한 인사는 “위령을 위한 미사였고, 대통령 내외와 친지, 신도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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