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큰 액수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항목별 수치나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들을 만나 “미국 측이 얘기하는 숫자(방위비 분담금)가 얼마나 비중 있는지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우리로선 (미국이) 굉장히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하면서 미국의 진의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기존 방위비 분담금보다 5배가 많은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협상 초기 단계로서 미국이 이를 어느 정도로 관철시키려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항목별로 세분화해서 뭐에는 몇 억, 뭐에 몇 억 식으로 수치가 내려온 것은 아닌 것 같고,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다”라며 “항목별로 협의를 하기에는 아직은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요청하는 액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내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2년 후에 달라는 것인지, 매년 합해서 몇 년 사이에 달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아직 없는 것 같다. 현재까지 이해하기로는 그러한 숫자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모가 굉장히 커지면 부담해야 하는 분야가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도 개정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22일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미국이 재고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도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입장을 견지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일본도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 전망에 대해선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협상 당사자들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라며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아울러 “여태까지 우리 중심적으로 외교를 해왔다. 우리 대북정책이 북한 개혁과 개방, 한반도와 동북아 번영을 가져온다는데 미국은 이런 데 관심이 없다”며 “우리 대북 정책과 남북 경협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그런 논리를 많이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취임식을 가진 이 대사는 이날 오전 미 국무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으며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ㆍ태평양 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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