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발사체 도발… 올해 12번째 시험 발사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대남ㆍ대미 압박 메시지 분석
31일 북한이 평안남도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내륙을 관통시킨 건 애초 천명한 대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자위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성격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약속을 지키라는 대남ㆍ대미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조의문을 보내와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기대는 다음 날 북한이 돌연 발사체를 쏘면서 물거품이 됐다.
당장 기종이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발사 장소와 탄수(2발) 등을 감안할 때 8월 24일과 9월 10일 북한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를 다시 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9월 10일 평남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2발 가운데 한 발은 내륙에 낙하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게 군의 분석이었다. 당시 북한이 추가 발사를 예고했던 만큼 이번이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사는 당시 언급한 연발 발사와 관련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며 “사실이라면 이 무기체계도 완성을 선포하고 생산과 실전 배치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누차 환기시킨 대로 북한은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예해 오면서도 자기들이 중지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은 단거리 미사일 성능 고도화는 지속하고 있다. 실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나 미사일을 쏴 올린 건 2일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올 들어 12번째다. 구형 단거리 미사일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무기 현대화’를 북한이 진행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대미 비핵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무기”라며 “개량을 통한 재래식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여러 기종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최근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를 놓고 남측과 대면 협의마저 거부할 정도로 냉랭했던 북한이 연합 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실천하라는 대남ㆍ대미 촉구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미 공군 소속 B-52H 전략폭격기 편대가 이달 25일 한반도 인근 동해상에서 훈련을 벌인 것과 관련해 북한이 위협을 느끼고 불만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미국의 태도 변화 시한으로 김 위원장이 설정한 연말이 임박하면서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북한의 속내가 발사체 발사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우리가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던지는 대미 압박 메시지”라며 “연말까지 우리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내년 초에 ICBM이나 SLBM보다 더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직후 발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에는 크게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용환 전략연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조의문 전달은 최소한의 예의 표시일 뿐”이라며 “대남 압박 기조에는 변함 없다는 사실을 발사체 발사로 확인했을 수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