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에 밀려 총리가 사퇴한 데 이어 이라크에서도 대규모 유혈사태를 부른 시위에 대한 책임으로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르함 살레 이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경제 악화와 대규모 유혈 소요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다만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각 정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후임을 선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살레 대통령은 새로운 투표법과 감독위원회가 정해지는 대로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이라크에선 최근 한 달 간 전기ㆍ물 공급 등 공공 서비스 시스템 붕괴와 정부 부정부패, 높은 실업률 등에 대한 항의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200여명이 숨졌으며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선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친미(親美) 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고질적인 정부 부정부패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왔다. 이에 시아파 출신 압둘 마흐디 총리가 ‘개혁’ 구호를 앞세워 지난 해 10월 취임했으나, 결국 1년여 만에 사퇴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앞서 시아파의 지지를 받던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도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 대규모 시위대의 요구에 지난달 29일 사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난 속에 세수를 늘리기 위해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자들에게 월 6달러(약 7,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려 한 게 화근이었다.
반정부 시위로 시아파 정권들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30일 “이라크와 레바논의 정책 당국자는 미국과 서방,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조성한 혼란과 불안을 치유하기 바란다”라고 연설했다. 시위대 배후에 미국 등 서방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이란 군부 실세인 혁명수비대 소속 쿠드스군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반정부 시위 사태 초기인 지난달 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관리들과 대책 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라크 내정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