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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울상인데 정부는 “선방” 되풀이… 신뢰 깎아먹는 경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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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울상인데 정부는 “선방” 되풀이… 신뢰 깎아먹는 경제 인식

입력
2019.11.04 04:40
수정
2019.11.04 09: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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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 <1> 경제 잃으면 성공은 없다 

 “소비ㆍ투자 위축” 위기론 질타하며 확장 재정 등 위기 대책… “말과 정책이 엇박자” 

이호승(왼쪽) 청와대 경제수석과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10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호승(왼쪽) 청와대 경제수석과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10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정부는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 내내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공을 들였다. “소비ㆍ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식으로 위기를 거론하는 쪽은 정색하며 질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응을 두고, “정부가 국민과 동떨어진 안일한 경제인식을 갖고 있다”며 스스로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갉아 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올해 수출이 6,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 “경제성장률도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높은 편” 등을 강조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경제가) 비교적 선방을 하고 있다”며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여건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늘 “세계경제의 부진 가운데 한국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 대부분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재정건전성은 예전부터 좋았던 것이고, 성장률은 많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재정으로 성장을 떠받쳤다는 점에서는 선방이라 하겠지만, 급격한 정책 전환이 없었다면 민간이 그만큼 쪼그라들지 않았을 수도 있어 선방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한국만 제자리걸음”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 경제의 전반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성장 수준을 직접 비교하는 정부의 잣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선진국은 연금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내수 시장도 커서 저성장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수출 위주인 우리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비교한 나라들은 이미 경제가 커진 상태에서 호황을 누리다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는 80년대 이후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 경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지가 ‘일자리 붐’이라고 특집 기사를 쓸 정도로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역대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다”며 “최근까지 세계경제 호황기에서 한국은 배제됐고, 이제 세계경제가 하락하면서 우리는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의 근본 문제는 인식하지 못하고 지엽적 지표에만 연연한다는 평가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재벌체제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재정지출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같은 단기적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제조업 경쟁력 상실은 원가경쟁력과 혁신을 모두 잃어가는 재벌의 선단식 산업구조 때문인데, 이 부분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인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데 반해, 재정확장 등 정책은 경기상황이 비관적인 것처럼 실시한다”며 “말과 정책이 정반대로 보인다”고 했다.

 ※ 오는 9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6개월을 맞는다. 2017년 5월 탄핵정국 속 촛불혁명에 힘입어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출범한 문 정부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 노력을 펼쳤지만, 대개는 여전히 미완인데다 성공이 요원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문 정부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고꾸라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시로는 처음 2%가 위태롭고, “제로(0)화 하겠다”던 비정규직은 1년 새 86만명 넘게 더 늘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통일 한국, 검찰 개혁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비아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44%)보다 부정(47%)이 많았다. 특히 부정 평가의 이유 가운데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32%)이 으뜸으로 꼽혔다. 남은 임기 동안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보여주는 수치다. 

 이제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아직 문 정부의 실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분배 개선, 대ㆍ중소기업 상생,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혁신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다. 반환점을 앞둔 문 정부의 지난 2년반을 되돌아 보고, 남은 임기 동안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이 될 방안을 5회에 걸쳐 고민해본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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