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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지속시킬 복지 구조개혁 의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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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지속시킬 복지 구조개혁 의지 부족

입력
2019.11.0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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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제 2 출발점’에 서다] <4>흔들리는 정책이 불신 키운다

비급여ㆍ과다진료 통제 못 하면 건보재정 위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9일)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보건복지정책에 대해 대체로‘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치매국가책임제 실시와 장애등급제 폐지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의료전달체계 개편, 국민연금 개혁 등 이해관계자의 대립이 첨예한 사업은 추진속도가 늦고 근본적 구조개혁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보건복지공약인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경우 암환자 등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줬다. 그러나 정부가 진료량을 통제하는 구조개혁에는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건보재정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문재인케어로 진료비는 경감… 비급여 통제는 더뎌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8월 문재인케어 추진계획을 공개하면서 건강보험급여화 계획을 밝혔던 3,800여개 비급여 의료행위 가운데 현재 급여화된 항목은 800여개다. 지난해에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됐고 올해는 초음파검사 등이 급여화됐다. 자기공명영상(MRI)검사는 올해부터 눈,귀,코 안면 등 두경부(5월), 복부와 흉부(11월)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됐고 2021년까지는 모든 신체 부위로 확대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올해 5월까지 지난 2년간 문재인케어를 통해 경감된 가계의료비를 총2조2,000억원으로 집계했다.

건강보험 급여비 의료기관별 범유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건강보험 급여비 의료기관별 범유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러나 비급여 폐지를 위한 문재인케어의 핵심방안이었던 ‘예비급여제도(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의 확대는 지지부진하다. 예비급여 대상으로 분류된 의료행위와 치료재는 100여개에 그친다. 복지부의 당초 계획은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순차적으로 예비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을 임시로 적용하고 3~5년간 지켜본 이후, 효과가 적은 의료행위에는 환자 자기부담률을 높게 적용해 자연히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속도라면 오히려 비급여 의료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다진료를 제어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좀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 부담이 줄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 특히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기환자와 같은 가벼운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의 고가장비와 인력을 불필요하게 이용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의 비중을 높이고 경증환자를 진료할 경우 손해를 보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내놨지만, 민간의료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주치의 허락을 받은 환자만 상급병원을 이용하게 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에는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상급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단기대책을 내놨지만 그 정도로는 의료전달체계를 조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보보장성 강화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건보보장성 강화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역사회 돌봄, 사회서비스원 등도 지지부진

다른 복지 정책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는 의학적 치료 필요성은 떨어지지만 식사수발 등 사회적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이다. 고령사회를 맞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한편,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정책이다. 16개 시군구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타당성을 시험하는 선도사업단계다.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등 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공공성을 강화해 서비스질을 높이겠다는 사회서비스원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국 4개 광역 지자체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출범했지만, 민간사업자와의 위탁계약이 끝난 시군구 산하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사회서비스원이 위탁운영하도록 한 사회서비스원법이 국회 문턱을 못넘으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복지제도 확대에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복지 구조개혁’에 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투입으로 개별 복지혜택을 늘려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만 신경 쓸 뿐, 이들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개혁은 회피한다는 비판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기초연금 금액만큼 깎는 문제의 개선, 노인에게 봉사활동이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증세 없이 혜택만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은 계획과 방향을 잃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공적연금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해관계자가 많은 문제라며 정부가 발을 빼고 있다”면서 “임기 전반부에 개혁의지와 계획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남은 임기 후반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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