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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충돌로 혁신성장 정체… 정치가 해결사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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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충돌로 혁신성장 정체… 정치가 해결사로 나서야”

입력
2019.11.0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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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제2 출발점’ 서다] <3>후반기 경제, 이것만은 챙겨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19’에 참석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 4족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시연해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19’에 참석해 국내 최초로 공개된 4족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시연해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는 심리가 내려앉는 시기였다. 실제 2017년 9월부터 경기 하강이 시작됐다. 한국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21명의 경제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집권 후반기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저마다 강조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히 “임기 내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무리수는 두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①혁신성장,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혁신성장은 문 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문 대통령은 작년 6월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하면서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규제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다. 되레 최근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면서 혁신성장이 후퇴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 최근 경제 관련 행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 최근 경제 관련 행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혁신산업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어 정치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간 대통령의 결단과 국민 설득 과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후반기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직접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국회를 설득하는 정치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규제를 개선하고 이와 관련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늘공’인 행정부처 관료들보다 ‘어공’인 청와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더딘 규제개혁에 기업들의 피로감도 높다. 이는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직접 대통령이 나서 상징적인 성과를 하나라도 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대통령이 7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서비스업발전기본법이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치권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②경제는 연속성… 임기 집착 버려라 

정권 후반기 들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갈수록 관료들도 몸을 사린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단임제의 한계다. 하지만 그럴수록 단기 실적에 연연해 임기응변식 정책만 내세우기에는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 골든타임이 너무 촉박하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경제구조 개편을 시작해야 하고,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될 기초를 닦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눈 앞의 숫자에 집착해 단기 조치에 매몰될 위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경제 정책은 최소 5~10년을 내다보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티는 안 나지만 산업구조 개혁, 특히 새 성장동력 발굴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파고가 지난 후에도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남은 2년반 안에 ‘숭늉까지 마시겠다’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며 “다음 정권까지 잘 넘겨 준다는 생각으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제도를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③기술ㆍ사람에 집중해라 

정부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시스템반도체ㆍ바이오헬스ㆍ미래차 등을 비롯한 새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런 신산업과 혁신을 이끌 인재양성 계획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사람에 대한 투자’는 혁신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 기술 투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기술,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며 “무작정 예산을 퍼주기 보다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인재양성 정책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예산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연구개발 예산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연구개발(R&D)에는 정부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많았다. 기업 R&D는 고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고, 대학이나 연구소들은 산업화 역량이 부족해 이 간극을 정부가 메워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결국 기술로 승부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며 “대ㆍ중소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금융기관을 잘 엮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확립하고, 혁신기술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④손해 볼 각오로 기업에 화끈한 ‘당근’ 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위협받을 만큼 위기에 빠진 건, 민간투자가 심각하게 위축된 탓이다. 투자가 급랭하면서 고용과 소비, 성장까지 쪼그라들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증대 정책과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특히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가 화끈한 지원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신규 투자에는 법인세를 수년간 면제해 주는 등 처음엔 우리가 아예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해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획기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을 걷어주는 역할도 당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하는 와중에 검찰은 ‘타다’를 기소하는 엇박자로는 유니콘 기업을 키울 수 없다”며 “다른 나라는 감세나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를 유도하는데 우리는 투자를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고용, 투자가 안정될 때까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업권별로 차등 적용하는 등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출산 대응 예산 증액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저출산 대응 예산 증액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⑤저출산 예산, GDP의 3%대로 올려라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급증하는 고령 인구 부양 부담이 커지고 내수도 침체돼 결국 성장잠재력까지 갉아 먹는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후반기에 최소한 가계의 양육비 부담부터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의 납세자를 늘린다’는 공익적 명분도 동원해 지원 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저출산 현상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양육비 부담부터 시작된다”며 “아이들이 미래의 납세자로 공적인 역할도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사적 비용에 의존하면 백약이 무효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남짓인 저출산 예산을 유럽 선진국 수준인 3%대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저출산을 경험했던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들은 아동수당 지급, 양육비 보조, 보육ㆍ교육서비스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다시 고출산국으로 전환했다. 정창수 경희대 교수(나라살림연구소장)는 “복지예산은 비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투자 성격을 갖는 만큼, 경제가 더 악순환에 빠지기 전에 저출산 등에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⑥재정 과감히 쓰되, 균형 돌려놔야 

당장의 경제 여건을 볼 때, 재정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내년 성장까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적자재정 편성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남는 문제는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와 지속 가능하느냐다. 지난 2년반 동안 문 정부는 세 차례 추경으로 20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각각 전년 대비 7.1%(2018년), 9.5%(2019년)의 높은 본예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김태기 교수는 “여유 있는 노인까지 임플란트 비용을 보전해주는 복지보다는, 하위 30%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택적 복지를 강화하는 등 재정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임기 말에는 대폭 늘어나는 재정수지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실장은 “당장은 불가피하다 해도, 임기를 마칠 즈음 재정수지 적자는 다시 줄여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없어지고, 다음 정부도 경제부진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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