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울산의 K리그1(1부 리그) 경기가 열린 3일 ‘직관(직접관람)’을 계획한 두 명의 본보 축구담당기자가 경기장 쓰레기 줄이기 노력이 복잡하진 않은지, 노력대비 효과가 형편없진 않은지 직접 실험해봤다. 두 기자의 과제는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 모으기였다. 다만 A기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빈 손으로 경기장을 찾아 일회용품을 활용했고, B기자는 직접 구매한 에코백에 다회용컵과 밀폐용기를 담아 경기장으로 향해 일회용품 발생을 최대한 줄여봤다.
축구장 직관 매력의 절반은 ‘먹고 마시는 재미’다. 두 손 가볍게 경기장을 찾은 A기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 마련된 푸드트럭에서 피자와 닭강정을 구매한 뒤 경기장으로 들어가 음료와 과자를 추가로 구매했다. 안전상 규정으로 경기장 내엔 음료가 담긴 병(유리ㆍ플라스틱)과 캔을 반입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일회용 종이컵에 음료를 덜어가니, 좌석 아래엔 전반전부터 쓰레기가 수북했다.
B기자의 선택은 집에서 준비한 고구마와 푸드트럭의 소고기초밥. 다만 소고기초밥의 경우 에코백에 담아온 밀폐용기에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푸드트럭 사장은 “밀폐용기에 담아달라고 한 손님은 처음이지만 일회용품 줄이는 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반겼다. 경기장 내 매점에선 맥주를 구매했다. 캔맥주는 일회용컵 대신 지난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방한 경기 때 같은 매점에서 ‘덤’으로 받은 다회용컵에 담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올해 7~8월에 걸쳐 프로축구 8개(프로야구 3개)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배포한 컵이다.
경기 종료 후 A, B기자가 배출한 쓰레기 양을 비교해보니 차이는 컸다. A기자가 피자 포장용기,종이컵, 과자봉지 등 다양한 종류와 큰 부피의 쓰레기봉투를 짊어 메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데 반해 B기자는 맥주캔과 나무젓가락, 고구마껍질 정도의 쓰레기만 발생했다.
쓰레기 절감을 위한 구단이나 매점운영주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다회용컵 활용은 해외 리그에선 흔하다. 생맥주를 첫 잔 구매할 때 다회용컵을 제공한 뒤 두 번째 잔부턴 첫 구매 때 받은 잔을 들고 오면 생맥주 값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올해부터 FC서울도 경기장 밖에서 자체 운영하는 음료 판매 트럭에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장 내 매점사업자가 경기장 밖에서 이뤄지는 구단의 노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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