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전원 미ㆍ멕시코 이중국적… 6개월 쌍둥이 등 6명은 어린이
매복해 있다 공격… 멕시코 당국 “라이벌 조직 차량으로 오인한 듯”
멕시코 북부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적을 보유한 가족이 차량 이동 중 무차별 총격을 받아 최소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 6명은 6개월짜리 쌍둥이를 비롯,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마약 카르텔이 경쟁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 공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ㆍ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전날 저녁 미국 국경과 접해 있는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의 도로에서 일어났다. 미국과 멕시코 이중국적자인 희생자 가족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 대에 나눠 타고 치와와주 라모라 지역으로 향하던 중, 매복해 있던 범죄조직에 의해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셜미디어에 오른 영상을 보면 차량들은 골조만 남고 모두 불에 탔으며, 곳곳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의 총격에 최소 3명의 여성과 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며 “어린이 한 명은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외에 어린이 7명도 부상을 입고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희생자의 가족은 모르몬교의 한 분파가 집단 거주하는 라모라 지역에서 목장을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라모라 지역에 대해 “미국의 모르몬교 신도 중 일부다처제에 반대하는 일부가 1924년 건너간 곳”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함께 쓰면서 미국과의 친밀한 유대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은 희생자의 친지 등을 인용, 그들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중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숨진 이들 중에는 6개월 된 쌍둥이, 8세ㆍ10세 어린이까지 포함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멕시코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은 “여자와 어린이들이 학살당했고, 산 채로 불태워졌다”면서 피해자 가족이 치와와 지역의 마약 밀매상들과 종종 충돌을 빚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특히 그는 “범인들은 목표로 삼았던 이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라이벌 조직원으로 오인한 듯하다’는 멕시코 치안장관의 언급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야 추후 좀 더 드러나겠지만, 어쨌든 최소 9명의 미국 국적 보유자가 마약 카르텔에 의해 희생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과 멕시코 간 관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버려야 할 때”라며 “우리는 그저 (멕시코의) 위대한 새 대통령 (지원 요청) 전화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다만 멕시코 측은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일단 거부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를 표하는 통화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사건들을 다루는 데 있어 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두 정상은 이후 전화 통화를 갖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다짐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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