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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댄스플래너 대표“청년들 해외 취업, 무용 분야에서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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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댄스플래너 대표“청년들 해외 취업, 무용 분야에서도 해냈습니다”

입력
2019.11.09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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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댄스플래너 대표는 "한국에서 무용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앞으로 이런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김동욱 댄스플래너 대표는 "한국에서 무용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앞으로 이런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이쯤 되면 ‘무용계의 백종원’이라고 불러야겠다. 해외무용단 입단 컨설팅 회사 댄스플래너의 김동욱(27) 대표 얘기다. 체코 DJKT발레단 단원 출신인 그는 국내 무용전공자들에게 해외발레단 입단 노하우를 전하다 아예 컨설팅 회사를 차렸고, 법인 설립 1년 반 만에 60여명을 해외 발레단에 취업시켰다. 내년에는 해외 유학과 취업을 접목시킨 공정유학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대표는 “국내 발레단 입단에 실패하면 무용을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을 돕고 싶어 (입단 컨설팅을) 시작했는데 그들 삶이 바뀌는 과정을 옆에서 보게 됐고, 제 인생에서 무용보다 사업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많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김 대표 스스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국내 발레단 입단 시험에서 줄줄이 낙방하며 진로를 고민하던 무렵, 다른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한 여자친구가 함께 유럽 발레단에 오디션을 보자고 권했다. 지금 아내가 된 박혜준(28)씨다. 박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각종 유럽 무용단의 오디션,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관련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체코 DJKT발레단에 함께 오디션을 보고 2015년 입단했다.

이때부터 국내 무용수들에게서 문의가 쏟아졌다.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유럽 무대에 설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유명 발레단 단원까지 의뢰인도 다양했다. 김 대표는 “발레단 쉬는 기간에만 돕자는 생각에 제가 해외 발레단 입단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부분, 누군가 도와줬으면 하는 부분을 정리해 컨설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레단이 영리법인인지, 비영리법인인지에 따라 외국인 무용수에 대한 대우가 많이 다르다. 취업비자,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데 발레단이 얼마나 지원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댄스플래너 김동욱 대표. 배우한 기자
댄스플래너 김동욱 대표. 배우한 기자

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2016년 개인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대학생 시절 사업자등록을 내고, 수면양말부터 스마트폰 터치 장갑까지 중소기업 물건을 팔아 학비를 벌었던 남다른 장사 수완을 다시 발휘했다. 해외 오디션 일정을 잡고, 해외 체류 기간 몸을 풀 수 있는 연습실을 빌리고, 숙소를 예약하고, 이 모든 장소를 이동하는 교통편을 정리해 무용수들에게 전했다. ‘무용수가 오디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행정 서비스를 대행해주자, 이 서비스를 받은 무용수들의 해외 입단 소식이 줄줄이 들려왔다. 컨설팅 의뢰가 늘면서 한국과 체코를 오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청년 해외취업, 그것도 그 어렵다는 무용 분야에서 취업을 이뤄내니 돕겠다는 공공기관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발레단을 퇴단하고 아예 법인회사를 차렸다. 무용단에서 주역으로 자리 잡은 아내 박씨도 함께 한국행을 선택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등 해외 유명 발레단 30여 군데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 무용단 감독들을 국내에 초청해 공개 취업 오디션 ‘아시아댄스 오디션’을 열었다. 이 오디션으로 지난해 13명, 올해 24명의 무용수가 해외 발레단 입단 제안을 받았다.

해외 유명 무용단과 협력을 맺고 무용수들의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9주 동안 최대 3곳의 무용단 정규 클래스(무용수업)에 참여하고(연수단원), 승급 심사 후 약 1년 간 인턴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때부터 당연히 월급 받으며 실전무대에 투입되고, 정단원 승급자격도 주어진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는 예비 무용수를 위한 ‘공정 유학’ 프로그램도 선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무용을 전공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학부모들은 자녀가 무용으로 유학가면 돈이 더 많이 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중고등학교처럼 발레 ‘학교’를 보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요. 이런 학교를 찾아 무용 전공 학생들을 입학시키고, 졸업하면 발레단에 입단할 기회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겁니다.”

이달 16일엔 성신여대에서 공정유학 프로그램의 파일럿 프로그램 성격인 ‘아시아 댄스 오디션-스쿨’을 연다. 캐나다 로얄 위니팩 발레학교, 미국 조프리 발레학교, 뉴질랜드 발레학교,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발레학교, 호주 발레학교의 교장, 혹은 입학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교사가 참가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만 11세부터 16세까지 참가할 수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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