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 국내 첫 종자 생산 성공..6월에 부화한 400여 마리 생존
고급 횟감인 줄가자미(이시가리) 양식 길이 열렸다. 기술개발이 순조롭다면 머지않아 줄가자미도 넙치(광어)처럼 즐길 수 있는 날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줄가자미는 별칭인 이시가리로 더 잘 알려진 고급 횟감이다.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에게 최고의 횟감으로 통한다. 뼈째 썰어 먹는 ‘새꼬시’로 주로 먹는다. 하지만 일반 가자미 100마리에 1마리도 채 안 잡힐 정도로 어획량이 적어 부르는 게 값이다. 수협 위판장에서도 1㎏에 15만원 이상으로 한우 등심 1등급 소매가 9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자연산 광어는 위판장에서 3만원 내외다. 양식은 1만원도 안 된다. 줄가자미는 대도시 횟집에선 1㎏에 20만~30만원은 줘야 먹을 수 있다. 웬만한 곳에선 구경도 못한다. 가격표도 ‘시세’로 적혀 있을 따름이다. 어쩌다 들어오면 단골에게만 연락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하지만 심해어종으로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보니 양식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 같은 줄가자미 양식 길이 열렸다. 경북 영덕군 병곡면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 서영석 경북도 한해자원연구팀장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줄가자미 종자 생산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지난 5년간 고생 끝에 올 6월 줄가자미 채란에서 부화까지 성공했고 지금까지 다섯 달 째 치어 400여 마리를 잘 키우고 있다”며 “어미로 키운 뒤 다시 채란 수정 부화 치어까지 완전 양식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줄가자미는 수심 150~1,000m에서 주로 사는 심해어종이다. 다른 가자미처럼 눈이 오른쪽에 있다. 광어는 왼쪽에 있다. 정경윤 포항수협 상무는 “심해 어종이다 보니 환경변화에 예민해 회식당 수족관에 둬도 잘 죽어 맛보기 어렵다”며 “해마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 많이 잡히고 맛도 가장 좋은데 이상기온으로 어획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은 지난 2014년부터 150마리를 구입해 종자 생산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때마다 실패했다. 산란부터 벽에 부딪쳤다. 계속된 실패 끝에 2017년 수정란을 얻어 부화에 성공했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43일만에 부화한 치어 전량이 폐사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6월 다시 부화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400여마리가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10월 현재 크기는 약 3~4㎝ 정도다.
치어 생산은 성공했지만, 완전 양식까지는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줄가자미는 심해어종으로, 먹이도 심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거미불가사리 등을 먹는다. 아직 인공 사료 생산이 되지 않아 연구원은 어민들에게 부탁해 그물에 딸려 올라온 거미불가사리를 버리지 말고 줄 것을 호소하고 다닐 정도다. 수정란 대량 생산 기술과 손쉽고 구할 수 있는 인공사료 생산이 줄가자미 완전양식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환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오랜 시간 시험과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치어 생산에 성공한 만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대량종자생산과 양식기술개발을 통해 완전 양식 가능성을 높여 동해안 양식산업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동영상]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이 줄가자미 치어생산을 위해 수조에서 키우고 있는 어미 줄가자미들이 거미불가사리를 먹고 있다.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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