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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 오디션으로 ‘시한부 아이돌’ 띄워… 방송사ㆍ기획사 수익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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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 오디션으로 ‘시한부 아이돌’ 띄워… 방송사ㆍ기획사 수익 나눠먹기

입력
2019.11.07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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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계약기간에 발 묶인 채, 이미지 소모 ‘독이 든 성배’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워너원’ 18개월간 매출 1000억 추산 

아이돌 그룹 엑스원이 8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돌 그룹 엑스원이 8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을 통해 데뷔한 엑스원(X1)은 시한부 아이돌 그룹이다. Mnet을 운영하는 CJ ENM과 멤버들의 계약 기간이 5년으로 한정된 탓도 있지만, 멤버의 군입대도 있어서다. 병역법에 따르면 28세 이후엔 특별한 사유 없이 입영 연기는 불가하다. 리더 한승우(25)는 엑스원 활동이 끝나기 전에 입대를 해야 한다. 조승연(23)과 김우석(23)도 그룹 활동 종료와 함께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처지다. 통상 아이돌과 소속사 간 전속계약이 7년 만기인 것을 고려하면, 다른 소속사 연습생들끼리 구성된 엑스원의 활동 기간은 유달리 길다.

5일 Mnet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 구속으로 ‘프로듀스X101’를 둘러싼 혐의가 윤곽을 드러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기형적 데뷔 시스템이 낳은 병폐라는 분석이다. 방송사와 기획사의 수익 나눠먹기에 아이돌만 희생되는 상황이다.

아이돌 개인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독이 든 성배다. 데뷔에 성공하더라도 장기계약에 발이 묶이고 프로젝트 그룹 활동기간 자신이 지닌 이미지를 소모하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연습생과 무명 가수들이 ‘프로듀스’ 시리즈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꿈꾼다. 중소 기획사에 소속돼 자신을 알릴 방법이 딱히 없거나 데뷔 시기가 막막한 상황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활로를 찾으려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가수는 “내가 데뷔를 했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악의적인 방송 편집으로 욕먹기도 하지만, 무관심보다는 그렇게라도 관심을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Mnet ‘프로듀스X101’ 사건일지 

일자 내용
7월 19일 ‘프로듀스X101’ 종영
20일 득표수 조작 논란 제기
24일 Mnet “득표 집계 과정 오류, 순위 변동 없어”
26일 Mnet 경찰에 안준영 PD 등 수사 의뢰
31일 경찰 CJ ENMㆍ문자메시지 투표업체 1차 압수수색
8월 12일 경찰 CJ ENMㆍ문자메시지 투표업체 2차 압수수색
9월 2일 경찰 “’프로듀스’ 전체 시즌 조사”
10월 1일 경찰 엑스원 일부 멤버 기획사 압수수색
24일 경찰 CJ ENM 3차 압수수색
11월 5일 안준영 PDㆍ김용범 CP 구속영장 발부


방송사에겐 쏠쏠한 돈벌이다.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워너원이 1년 6개월 간 올린 매출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익은 Mnet과 워너원을 관리하는 CJ ENM 산하 기획사, 멤버 각자의 소속 기획사가 나눠가졌다. 지난해 6월 설립돼 6개월 동안 워너원을 관리했던 스윙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영업이익 34억3,000만원을 올렸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보고서를 통해 “’프로듀스’ 시리즈의 경우 매 시즌 아티스트 계약이 길어지고, 수익 배분이 CJ ENM에게 유리하게 변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사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욕심나긴 마찬가지다. 방송사와 수익을 나눠먹는 것이 수익성 담보 없는 신인 아이돌을 운영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영세 기획사 입장에선 뇌물을 써서라도 데뷔 그룹에 합류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론 이익이다. 한 영세 기획사 대표는 “‘프로듀스’ 계약 기간이 긴 것은 큰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더 안정적인 매출을 담보해준다”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과 기획사 간 검은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청자 참여로 데뷔 그룹 멤버를 뽑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투표 시스템은 ‘깜깜이’로 운영됐던 점도 제작진과 기획사의 유착을 가능케 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돌 개인만 애꿎게 희생된 꼴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듀스X101’ 의혹은 CJ ENM과 기획사가 비즈니스적 관계를 맺으면서 생긴 문제”라며 “현재 생태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유사한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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