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상반기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나 급증했다. 의원과 병원 등을 포함한 전체 급여비 증가율(14.4%)의 1.8배에 이른다. 급여비란 병원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를 한 후 환자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공단에 청구해 받는 금액을 말한다. 정부는 행정업무가 지연돼 지급시기가 몰린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경증환자마저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쏠림현상’의 영향도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7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병원ㆍ의원ㆍ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에 지급한 급여비 총액은 31조6,4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늘었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몫은 5조7,239억원으로 증가율(27.3%)이 2015년 이후 처음 20%대를 넘어섰다.
복지부는 올해 상급종합병원 급여비 증가가 행정지연으로 인한 이례적 현상일 뿐, 문재인케어로 인한 ‘환자 쏠림현상’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원에서 지원으로 심사업무를 이관하면서 심사가 지연됐고, 지난해 지급일이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로 몰렸다”고 밝혔다. 급여 지급일이 아닌 진료일 기준으로 따지면 이 같은 이례적 급등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료일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 1분기 상급종합병원 급여비 증가율은 11.36%로, 지급일 기준(27.4%)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기간 병원(6.3%)과 의원(7.9%)을 크게 웃돌아, 쏠림 현상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수년 간 나타난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문재인케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부터 더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6일 발간된‘2018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의료기관 전체의 전년 대비 진료비 증가율은 10.8%였으나 상급종합병원은 12.4%, 종합병원은 14.0%를 기록했다. 2011~2018년까지 이들 기관별 연평균 증가율은 9.1%, 9.4%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 진료를 줄이는 방향의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을 발표했지만, 중장기 대책은 내년 6, 7월쯤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할 태스크포스(TF)는 최근에야 꾸려져 8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만성질환 관리를 의원급에 전담시킨다거나, 상급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비용부담을 늘린다는 식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이해관계자 사이의 눈치를 보니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짜깁기식으로 단기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고 큰 틀의 제도개혁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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