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왕 사과’ 발언과 관련해 아키히토(明仁) 상왕(전 일왕)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교도(共同)통신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이 7일 보도했다. 이에 문 의장 측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당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사과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전날 밤 위성방송 BS후지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의장이 아키히토 상왕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3일 도쿄(東京)에서 가와무라 간사장과 회동을 가진 바 있다.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 의장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때 아키히토 상왕과 일왕에게 각각 ‘수고했다’, ‘축하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은 있지만 의례적인 내용이었을 뿐 사과하는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키히토 당시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지칭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고, 문 의장에게 사죄와 발언 철회 등을 요구했다.
문 의장은 올 6월 한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와의 오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앞두고 산토 아키코(山東昭子) 일본 참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과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산토 의장은 “문 의장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문 의장의 개별회담 요구를 거절했다.
문 의장은 5일 와세다(早稲田)대에서 가진 특별강연에서도 재차 사죄의 뜻을 표했다. 당시 청중 속에 있던 한 극우인사가 “상왕 폐하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외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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