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이 7일 발표됐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가 명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이 학교 유형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이 사라지면 과학고 등 일부 특목고가 남는다 해도 수십 년 만에 사실상의 고교 평준화가 재현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고교 서열화 해체라는 합당한 취지에도 불구, 사회적 합의 없이 이뤄져 실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자사고와 외고 등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사교육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주요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돼 있음이 드러났다.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교육의 다양성을 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등의 일괄 폐지는 내년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던 당초 방침과 배치된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적 의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일반고 강화 방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일반고로 전환돼도 그 못지않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면 자사고 등에 대한 설득은 물론 정책 효과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이라고는 5년간 2조원 이상을 지원해 일반고를 활성화시킨다는 막연한 내용밖에는 없다. 자사고와 외고가 사라질 경우 누구나 예상 가능한 ‘강남 8학군’ 부활 우려는 관심 밖이다.
무엇보다 시행 시기를 차기 정부로 넘겨 언제든 시행령을 고치면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당초 계획대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결정됐다면 정책의 계속성이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 여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일관성이 생명인 교육 정책을 이런 불확실성에 맡겨 둬도 되는지 모를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