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고율 보복관세로 무역전쟁이 촉발된 만큼, 실제 시행된다면 지난 1년여 간의 오랜 대립을 누그러뜨릴 중요한 성과다. 다만 지난달 1단계 합의를 놓고 언제 서명할지조차 아직 불확실한데다 상호 관세 철폐에 ‘협상 진전’이라는 단서가 달린 만큼, 장밋빛으로만 보기엔 아직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7일 “미중 협상 대표들이 지난 2주간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라며 “양측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서로의 상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낮추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르려면 동시에 같은 비율로 고율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라며 “이것은 합의 달성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합의 1단계 서명 후에 미국과 단계적ㆍ비례적으로 관세 철폐를 논의할 것이라고 그간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면서도, 합의 과정에서 관세 취소가 전제돼야 한다는 중국의 바람이 동시에 담겨 있다.
미국은 내달 15일부터 1,600억달러(약 185조원) 중국산 제품에 매기려던 15% 관세를 유예하는 선에서 중국과 1단계 무역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미국은 무역전쟁 이후 기존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한 적이 한번도 없다.
반면 중국은 기존 관세도 철폐하라고 맞섰다. 따라서 상무부의 발표대로라면 미국이 한발 물러서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2,500억달러(약 289조원)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올해 9월부터는 1,120억달러(약 130조원)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다만 이달로 점쳐졌던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이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의 발표대로 진행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6일(현지시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 “합의 조건과 서명 장소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서명 시점도 내달로 연기될 수 있다”며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1단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타결될 가능성이 더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 조사에 직면한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은 ‘신속한 합의’가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최선의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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