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하다 자칫 스테로이드 과다 투여 우려
“뼈주사(스테로이드 주사)를 자주 맞으면 뼈가 녹는다고 하던데요.” “절대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을 생각이 없으니 다른 걸로 치료해주세요.” “몇 년 전에 아픈 부위에 뼈주사를 맞고 나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아픈 부위에도 뼈주사를 놔주세요.”
뼈주사는 여러 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약이다. 잘 쓰면 좋은 약인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가 심하게 초래하는 나쁜 약이라는 인식이 강해 불안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경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뼈주사 문제는 결국 무분별하게 과다 사용하는 것에 기인한다”며 “뼈주사를 1년에 3~4회로 권고하고 있지만 주사를 맞는 횟수보다 투여량을 적절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릎관절염으로 한 해 400만명 치료 받아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노화되면서 연골이 닳아 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고령 인구의 80%가 앓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무릎 관절염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400만명 정도다. 하지만 진통제 등을 먹으며 버티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며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쪼그려 앉아 집안 일을 많이 하거나, 무릎을 많이 쓰거나, 비만이거나, 무리한 운동을 한 젊은이가 연골이나 인대가 손상돼 관절염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기온이 떨어지면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악화된다. 찬바람에 노출되면 관절 주위의 근육이 경직되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움직이고 걸을 때 무릎이 아프지만 쉴 때는 통증이 완화된다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아침이나 쉬고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관절이 뻣뻣해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활동 후 30분 이내 증상이 호전되거나 관절 주위를 누르면 아플 수 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생기면 계단·언덕을 오르내릴 때 시큰거리거나 아프다. 오래 앉았다가 일어나면 관절이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날씨가 춥거나 습하면 관절이 시리고 붓고 아프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심해지면 다리가 ‘O자형’으로 휘면서 걷기 힘들어진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으면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찾는데 해외에서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4편의 글루코사민 논문을 분석해 ‘효과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뼈주사 1년에 3~4회 이내로 맞아야
‘뼈주사’는 스테로이드 제제(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베타메타손 등)를 무릎관절 안이나 경막외강(척추 안) 등에 주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몸의 부신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실제로 뼈에다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관절 안 등에 주입한다. 최소 2주 간격 이상을 두고 1년에 3~4회 이내(스테로이드 1회당 투여량은 40㎎ 이내)에서 맞을 수 있다.
급성 염증을 건물이 불이 난 것에 비유하면 뼈주사는 화재 시 초기에 불을 끄는 소화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스테로이드 약물은 그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스테로이드 약물로 평생 통증으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뼈주사는 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건초염, 통풍, 신경 손상 등에 쓰인다.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통증과 부기가 몇 시간에서 며칠 내에 줄어들며 관절운동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뼈주사가 스테로이드 제제이기에 너무 자주 맞으면 뼈가 삭는 무혈성 괴사 또는 전신 부작용으로 부신피질호르몬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쓰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자주 맞으면 관절도 망가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연골조직 기능을 약화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골다공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심한데 뼈주사를 맞으면 혈당 수치가 올라가기에 당뇨병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양을 절반 정도 줄여서 쓰고 있다. 감염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주사를 맞은 뒤 관절이 심하게 붓거나 피부가 하얗게 변색되는 경우에는 주사를 중단해야 한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경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뼈주사를 맞는 환자는 여러 병원을 두루 다니면서 중복 치료를 받는 ‘의료쇼핑’을 하다가 자칫 스테로이드 과량 투여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대한통증학회가 조사한 결과, 대학병원과 개원가에서 뼈주사에 함유되는 스테로이드 양을 1년에 160㎎ 이내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주사’라는 연골주사도 있다. 연골주사는 뼈주사와 달리 연골 성분의 하나인 히알루론산을 주성분으로 해 연골을 보호한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활액(관절액)은 히알루론산 농도와 분자량이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관절 속에 히알루론산을 주사함으로써 자연 분해되는 것을 막고 윤활작용을 도와 연골 보호, 통증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다. 6개월에 한 번 정도 맞는다.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으므로 연골이 크게 손상되기 전에 연골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임윤희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히알루론산 주사는 퇴행성 관절염 초·중반까지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라며 “연골 주위에 주사해 관절의 윤활작용뿐만 아니라 연골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다만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된 말기라면 주사 효과가 크게 떨어지므로 인공관절수술 등 다른 치료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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