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멕시코 정부가 먼저 제안… 사퇴 놓고 볼리비아 안팎 의견 엇갈려
부정 선거 논란 끝에 사퇴 의사를 밝힌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에 망명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몇 분 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통화를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그러면서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그가 위험에 처한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관은 멕시코 의회에 이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볼리비아 정부에도 모랄레스가 안전하게 멕시코로 올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2006년 대통령에 취임해 4선 연임에 도전했던 좌파 모랄레스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의 부정 논란 속에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모랄레스 대통령 사퇴 발표 이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중남미 안팎의 좌파 지도자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밝힌 점에 동조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89년 만에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선 멕시코는 모랄레스의 퇴진이 군사 쿠데타라고 비판하면서, 모랄레스가 원할 경우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우파 성향 정부는 이를 쿠데타로 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 퇴진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볼리비아 국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길을 열어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부들도 쿠데타라는 규정을 하지 않은 채 볼리비아의 안정을 촉구하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WP는 “모랄레스 퇴진 이후 남은 질문은, 이것이 민주적 의지에 따른 것이었는지 쿠데타였는지 여부”라며 “과연 민주주의가 회복된 것인지 아니면 무너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볼리비아와 중남미에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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