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주택가 코이와에 있는 사설동물보호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살처분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데려와 돌보며 새 가족을 찾아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수개월 전 만난 잡종견 셋슈(雪舟). 이 개는 열 살이 넘은 나이로 흰색의 다소 거친 털을 지녔지만 느긋한 성격에 항상 웃는 얼굴로 봉사자들 사이에서 ‘셋슈님’으로 불리며 사랑 받았다. 하지만 입양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셋슈는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면서 산책하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 보호소 직원들은 셋슈가 머물던 케이지를 넓혀주는 등 애정을 쏟았지만 수 많은 동물 가운데 셋슈만을 돌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차 사정을 알게 된 한 가족이 셋슈를 입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셋슈가 남은 시간 가족의 품에서 집밥을 먹으며 지낼 수 있게 됐다는 기적 같은 소식에 모두가 기뻐했다.
이처럼 보호소에 사는 동물들의 결말이 모두 해피엔딩은 아니다. 통계를 내본 건 아니지만 한국이든 일본이든 보호소에서는 품종이 있고, 어린 동물일수록 입양 가기가 쉬운 반면 품종에 관계없이 나이가 많은 동물들은 입양 순위에서 가장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노령동물들은 어떻게 보호소에 오게 되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도, 키우던 동물도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노견이 위험에 내몰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출판된 ‘노견들의 눈물(老犬たちの涙)’ 이라는 책에는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개호(老老介護)’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원래 노노개호는 일본에서 노부부가 서로를 돌보거나 나이든 자식이 부모를 수발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를 사람과 동물 관계에도 적용한 것이다. 사진기자인 코다마 사에(児玉小枝)씨가 보호소 현장과 직원들을 취재해 위기에 처한 노견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가 보호소에서 만난 열 세 살짜리 치와와. 노부부는 인지장애가 온 개를 더 이상 돌볼 수 없어 수의사에게 안락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최후 수단으로 보호소에 데려왔다고 했다. “여기에 있으면 이 개는 살처분 당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라는 보호소 직원의 질문에 노부부는 “네. 부탁합니다.”라고 답하며 돌아갔다. 이처럼 강아지가 노견이 되어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할 때 70대, 80대가 된 개 주인도 사망하거나 요양원에 가게 되고, 결국 갈 곳 없어진 노견들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보호소에 들어온 노견들의 최후는 대부분 살처분. 저자는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부재 시 동물을 돌봐줄 사람 지정, 동물을 위한 저축, 보호소 노견을 위한 봉사, 노견 입양 등을 제시하고 있다.
노노개호가 일본에만 한정된 문제일까. 기자가 온라인에서 새 가족을 찾는 유기동물을 소개하는 ‘가족이 되어주세요’의 사연 가운데는 실제 노인들이 키우다 갈 곳이 없어진 동물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책에 나온 사례를 소개하겠다는 기자에게 저자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노견들의 생명과 마음을 지키고 싶다며 책에 담긴 메시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든 사람과 나이든 개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도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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