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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서둘러야” “시기상조”... 둘로 갈린 중앙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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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서둘러야” “시기상조”... 둘로 갈린 중앙은행들

입력
2019.11.13 04:40
수정
2019.11.13 17:4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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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을 예고한 후 7월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BIS가 각 중앙은행에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자료사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을 예고한 후 7월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BIS가 각 중앙은행에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자료사진

페이스북이 발행을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ㆍ가격 안정성이 높은 디지털 암호화폐) ‘리브라’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가상화폐는 사기”라며 코웃음을 치던 중앙은행들이 어느새 ‘중앙은행판 디지털화폐(CBDC)’ 발행과 연구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CBDC가 거래비용을 낮추고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반면, “오히려 시중은행의 역할을 축소시켜 신용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이란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중앙은행도 가상화폐 만들자”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CBDC 발행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디지털 토큰’ 형태로 소매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현재 비공개 검증을 진행 중이다. HCM캐피털의 잭 리 매니징 파트너는 “이미 중국은 디지털화폐 전자결제(DCEP) 체계를 개발했다”며 “이르면 두세 달 안에 시범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는 지난 8일 “리브라 출현에 대응해 유럽 공공 디지털화폐 개발을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리브라가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범죄나 자금세탁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경계감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먼저 암호화폐를 발행하자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11일 브누아 쾨레 ECB 이사를 내년부터 CBDC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혁신 허브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쾨레 이사는 지난 9월 리브라를 “주의 환기의 계기”로 칭하며 “각국 정책결정자와 중앙은행이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

국가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동향. 그래픽=신동준 기자
국가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동향. 그래픽=신동준 기자

CBDC 발행 배경에는 리브라 견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화폐 발행 비용은 물론, 기존 은행 간 거래에서 발생했던 지체나 거래 비용을 없애 신용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여기에 중국처럼 디지털 거래에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CBDC를 서두르는 나라도 있다. 무창춘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장은 12일 “CBDC는 위법적 거래를 최대한 단속하려는 것”이라며 “거래의 익명성을 원한다면 기존 화폐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ECB나 일본은행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CBDC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시하고 있다. 기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은행에 자금보관 부담을 높여 투자 및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었다면, CBDC를 통한 마이너스 금리는 가계와 기업에도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죽일 것… 시기상조”

하지만 CBDC 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대파 중앙은행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일본은행은 CBDC 발행이 시중은행의 역할 축소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은행이 CBDC를 통해 개인과 직접 거래하게 되면 굳이 시중은행 예금ㆍ대출을 이용할 필요가 적어져 금융 혼란을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역시 개인이 디지털화폐에 부과되는 마이너스 금리를 피해 현금으로 전환해 버리면 그만이므로 효과가 없다고 일본은행은 지적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1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통해 “CBDC 발행은 특수 상황에 처한 국가들만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필요성이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1일 “국가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신용을 제공하고 있기에 리브라 등에 대응해 디지털화폐 발행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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