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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이것만 조심하라”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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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이것만 조심하라”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입력
2019.11.14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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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비극, 다단계 금융사기] <4>저금리시대가 낳은 괴물 

 피라미드, 복잡한 상품, 단기 고수익… “그런 대박은 어디에도 없다”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그래픽=신동준 기자
다단계 금융사기범죄 특징. 그래픽=신동준 기자

저금리시대 독버섯처럼 번지는 다단계 금융사기의 피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전문가들이 누구나 이 비극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만큼, 금융사기범죄의 특징과 예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국내외 투자사기의 유형별 실태연구(박정선ㆍ황정선ㆍ양승돈)’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킨들버거 외ㆍ김홍식 옮김)’ ‘금융사기꾼(데이비드 사르나ㆍ최정숙 옮김)’ 등의 저서를 참고해 금융사기범죄에 자주 나타나는 특징 7가지를 판결문에 정리했다.

우선 피라미드 수당체계를 갖춘 것은 금융사기업체의 공통점이다. 투자금 총액에서 고액의 모집책 수당을 공제하고 나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영업사원(모집책)들은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탈법적 영업을 감행하기도 한다. VIK의 경우 투자금의 20%를 관리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한 뒤 사업에 나섰다.

초기에 높은 이자가 적힌 통장을 보여주며 꼬박꼬박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약정한 돈을 모두 지급한 뒤 그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다. 금융사기업체는 새로운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먼저 투자한 고객에게 배당하는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의 유치가 있어야만 사업이 지속가능하다.

합법적 사업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을 동원해 대규모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훨씬 높은 고수익이 가능하고 사업모델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라고 강조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공통점이다.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투자상품을 복잡하게 만들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 자체에 대한 합리적 분석보다는 결과물인 수익률에만 관심을 두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3년 83건이던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는 2016년 514건, 2017년 712건, 지난해 88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2013년 83건이던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는 2016년 514건, 2017년 712건, 지난해 88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금융사기업체는 특히 언제라도 돈을 빼돌릴 수 있도록 자금을 불투명하게 관리한다. 투자금의 사용처를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계좌에 통합 관리해 돌려 막기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법인계좌가 아니라 대표이사 등 개인명의 계좌를 사용하기도 한다. 1조원 이상을 거둬들인 IDS홀딩스 전 대표 김성훈씨도 투자금 대부분을 개인계좌로 받아 관리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돈 문제는 사람의 인지도나 도덕성과는 별개’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다단계사기 권유자는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인 경우가 많으며, 유명인사가 고객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학연, 지연을 통해 투자권유를 받았을 때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기 피해자의 70%가 ‘친구나 친척, 동료 등 가까운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다단계 금융사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한 피해자는 무엇보다 “욕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IDS홀딩스 투자로 ‘13억원짜리 수업료’를 치렀다는 최용환(54ㆍ가명)씨는 “단기간에, 손쉽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이러한 진리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곤궁한 상황에 처하면 ‘믿고 싶은 대로만 믿게 되는’ 값비싼 자기 경험에서 우러난 고백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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