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반부패 토론회 개최
경찰의 유착비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경찰이 어떤 의혹을 확인할 때 비밀리에 조사하는 ‘내사’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유착 비리 근절 방안으로 경찰의 내사 전면 금지를 주장했다. 경찰은 어떤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 앞서 내부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해 혐의가 있는지를 살피는 ‘내사’를 거친다. 내사에서 어떤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 수사로 들어간다. 서 교수는 “경찰이 내사를 시작하고 그 단계에서 전관 변호사가 선임돼 경찰 내사가 종결되는 경우 내사 무사를 둘러싼 검은 거래가 이뤄져 비리사 싹틀 수 있다”며 “현재 검찰과 경찰의 내사에서 이런 비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사기관의 내사는 전면 금지하되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공식 수사절차로 끌어들여 통제하는 방안이 요구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개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찰 내사를 엄격히 통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경찰 출신 전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닝썬 사건에서 전직 경찰관이 비리의 주역으로 등장한 바 있고, 버닝썬 수사를 맡았던 총경이 최근 김앤장에 거액 연봉으로 스카우트됐다”며 “퇴직·전관 경찰관과의 사적 접촉을 통제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을 상대로 청렴 교육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의환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은 “청렴하지 않으면 출세는 물론 생존도 어렵다는 메시지가 조직 구성원 전체에 분명하게 인식돼야 한다”며 “청렴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청렴 마인드를 의도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유착 비리 원인을 개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현모 감사원 국장은 “승진적체가 심한 경찰조직에서 아예 승진을 포기하거나 승진시기가 많이 남아 있는 직원들은 낮은 사명감으로 부패에 쉽게 노출된다”며 “공직부패를 개인 탓으로 돌리기보단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리 유인 동기를 원천 차단하려면 공무수행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갑룡 청장은 “경찰이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시민, 전문가들 의견은 비위근절 대책 수립 때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시민 의견을 반영해 유착비리 근절 방안을 세우겠다며 지난 7월부터 전국 경찰서에서 반부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반부패 토론회엔 총 2만2,890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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