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갖고 그래”부터 “5ㆍ18은 폭동” 발언까지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 “(추징금은) 자네가 돈을 좀 내주라.”
7일 오전 강원 홍천군의 한 골프장에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자명예훼손 재판 불출석 중에 라운딩을 하는 모습으로 광주시민들을 분노케 했죠. 지난 1월 부인인 이순자(80)씨와 골프장에서 목격된 것까지, 두 번이나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겁니다.
시민들의 가슴을 치게 만든 행동은 따로 있었는데요. 이날 골프장을 찾은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에게 전 전 대통령이 던진 이 말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자신은 광주 사태와 상관이 없으며, 자신에게 부과된 1,000억원대 추징금도 납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죠. 국민의 공분을 산 희대의 발언이 또 한 번 추가된 셈입니다. 유행어까지 등극했던 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어떤 게 있을까요?
◇“왜 나만 갖고 그래?” “전 재산 29만원”
세간에 잘 알려진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말은 1995년 내란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나온 발언입니다. 자신 외에 주변 사람들도 같이 한 일인데 본인만 괴롭힌다는 감정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돼요.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 태도로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죠. 이 발언은 이후 방송에서 코미디의 소재로 쓰이며 ‘국민 유행어’가 되기도 했답니다.
“전 재산 29만원”도 전 전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쓰이는 표현입니다. 2003년 서울서부지법(당시 서부지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전 대통령과 담당 판사가 은닉 재산 유무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불거진 발언인데요. 사실 전 전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은 아니랍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담당 판사가 "예금채권이 30여만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사실대로 적었다. 본인 명의는 없다”고 답했다고 해요. 이 발언이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한 것으로 와전됐다는 겁니다.
◇“5ㆍ18은 폭동”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2003년 전 전 대통령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폭동”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그러니까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죠. 대표적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해 국민의 공분을 샀어요.
그런가 하면 전 전 대통령은 2008년 기자들 앞에서 다소 서늘한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기자들이 내 사진은 꼭 비뚤어지게…(찍는다).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광주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죠.
2017년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그는 또 다시 논란에 휩싸입니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두고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겁니다. 조 신부 가족들은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현재 광주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죠.
전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재판 허가를 받아냈지만, 지인과 골프를 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질타를 받고 있죠. 알츠하이머라는 그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에게 “내가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군에서 명령도,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느냐”고 명료하게 반박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하는 속내가 뭘까요? 앞으로도 재판에 불참할까요?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열립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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