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은 펜벤다졸과 관련 없는 것으로 전해져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퍼진 개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 후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던 유튜버가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펜벤다졸이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가뜩이나 의사ㆍ약사 등 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이 나서서 복용을 만류하던 약품을 복용하던 중 사망한 사례여서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이날 해당 유튜버의 딸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버지는 전날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천하셨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스스로를 4기 암환자로 소개한 이 유튜버는 암 치료 목적으로 펜벤다졸을 직접 복용하고 그 후기를 영상으로 남겨왔다. 그는 앞서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일주일마다 혈액검사를 해서 간이나 염증수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혀 환자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9월 20일부터 관련 영상을 올렸고,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만7,000명이 넘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사망을 알리는 게시글에는 “영상으로 큰 용기를 얻었는데 안타깝다”(완****), “어머니가 대장암이시라 누구보다도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남일 같지 않다”(최****)는 암 환자와 가족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유튜버의 사망은 펜벤다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망)원인은 암이 아닌 뇌경색과 뇌경색 때문에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서 생긴 호흡부진으로 인한 폐 손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서 6년전 심근경색으로 인해 혈관약을 계속 복용하셨으나, 최근 혈관을 생각하지 않고 음식조절을 하지 않은 채 암 치료에만 전념한 것이 화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펜벤다졸은 지난 9월 초 폐암 4기 환자인 미국인 조 티펜스가 이 약을 먹고 나서 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가 국내에 알려지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폐암 말기인 개그맨 김철민씨를 비롯한 국내 암 환자 여러 명도 펜벤다졸을 직접 복용하겠다고 나섰다. 김씨가 지난달 펜벤다졸 복용을 시작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후에는 ‘열풍’ 수준으로 확산됐다. 반면 의사ㆍ약사 등 전문가들은 펜벤다졸이 사람에게는 어떠한 효능도 입증되지 않았고, 간 독성 등 부작용 우려까지 있다고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암 환자들은 여전히 펜벤다졸을 찾고 있다. 암 환자 카페에는 “지푸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며 펜벤다졸을 복용하겠다는 이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달 4일에는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