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소장파 개혁 인사로 꼽히는 김세연 의원이 17일 내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 해체와 지도부 사퇴를 주장해 정가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이끄는 3선 중진인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 자체로도 큰 화제지만, 보수 대통합 논의가 활성화하는 시점에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공개적으로 당 해체를 요구하고,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한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출마가 유력시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해 각각 40, 50대인 이들의 행보가 여야 정치권의 인적 쇄신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1972년생인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12년) 정파 간의 극단적 대립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며 “지천명(知天命) 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정치를 그칠 때가 됐다”고 불출마 결심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로 전락해 수명을 다한 만큼 깨끗하게 해체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열정과 기풍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우리 (선배ㆍ동료 의원) 모두 다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의 충격파도 김 의원 못지않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2000년 만 34세의 나이로 16대 의원이 된 이후 20년의 세월은 환희와 좌절, 도전으로 버무려진 시간이었다”며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2년 남짓한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자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려고 한다”며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과 임 전 실장이 내놓은 결단의 배경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김 의원은 누구보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가진 젊은 중진이고, 임 전 실장은 대권주자로 분류돼 온 여권 실력자인 만큼 두 사람의 용퇴 선언 이후 정치권은 세대교체 등 인적 쇄신의 폭과 방향을 놓고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한국당에선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보수 통합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고, 민주당에선 ‘586세대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분열과 갈등, 특권과 몽니만 넘쳐나던 정치권에 모처럼 책임과 헌신으로 충만한 단비가 내린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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