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버스 타고 내려와 싹쓸이" 소문도
해운대ㆍ수영구ㆍ동래구 아파트 매물 자취 감춰
부산 해운대 엘시티 주변 부동산 모습. 부산=전혜원 기자

서울 주요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은 것과는 달리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 지역으로 판단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부산 해운대 등의 집값은 유례없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발표 일주일째를 맞은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부동산 곳곳에 아파트 등의 구입을 상담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부동산에서 상담을 받고 나오던 60대 남성은 “프리미엄이 너무 많이 붙은 데다 매물까지 없어 그냥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부동산 소장은 “해운대지역 아파트 매매 관련 문의 전화가 하루에 보통 20통이 넘게 걸려와 방문 손님과 상담을 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장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실제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해운대 해변 앞 ‘엘시티 더샵’ 아파트의 경우 최근 프리미엄이 최소 2억원에서 최대 6억원까지 치솟았다. 엘시티 더샵 공사현장 근처의 한 부동산 소장은 “엘시티 아파트 75평짜리에 최근 며칠 사이 5억~6억원 가량 프리미엄이 붙어 규제를 해제하기 전 23억원 가량 하던 것이 3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평수인 58평의 경우에도 2억~3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부동산에서 일하는 직원은 “광안대교 등이 보이는 58평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프리미엄이 5억원까지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기가 없는 라인이어서 분양가보다 6,000만원 가량 떨어진 가격에 호가가 나오던 아파트도 지금은 5,000만~7,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해운대 지역의 다른 아파트들의 매물도 사라졌다. 올해 말과 내후년 사이에 완공 예정인 해운대역사 인근의 롯데캐슬과 엘시티 주변에 신축 중인 경동리인 등에서 나왔던 매물들은 집주인들이 모두 거둬들였다. 한 부동산 업자는 “프리미엄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팔려고 내놨던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 계약금을 걸었는데도 위약금을 두 배나 치르고 해약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에서는 서울 자본이 내려와 부산 부동산을 쓸어 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해운대, 수영구, 동래구 일대 알짜 부동산을 싹쓸이 했다는 소문은 들었다”면서 “실제 그런지는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부산 부동산 시장에 대변동이 일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동산 업계 직원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부에서 이상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말들까지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과열돼 나타나는 현상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해운대구는 마린시티나 센텀시티 등이 있는 우동, 중동 중심으로 수영구와 동래구에서도 전통적인 부촌 중심으로 일어나는 지엽적인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해운대와 함께 조정대상지역에서 함께 해제된 수영구와 동래구에서도 아파트 등 부동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부산 최대 규모 재건축 예정단지인 남천 삼익비치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대부분 거뒀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돼 재건축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동래구 온천동 럭키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33평에 사는 주민 임모(47)씨는 “내년에 같은 아파트 안에서 평수를 넓혀 이사를 하려고 하는 데 조정대상지역 해제 때문에 매물이 없어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부동산에서 최근 서울에서 온 손님이 35억여원을 들여 여러 채를 싹쓸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2주(11월 11일 기준) 부산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11월 4일 기준) 대비 0.10% 올랐는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해운대구(0.42%), 수영구(0.38%), 동래구(0.27%)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부산에서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올라선 것은 113주 만에 처음이다.

최근 아파트 구입을 계획하고 있던 회사원 김모(45)씨는 "조정구역으로 묶여 있는 동안 부산 아파트 가격이 비싸지 않았는데 조정구역 해제로 순식간에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가격 폭등과 매물 실종 등으로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원정 투자자, 더 오르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심리 등에 의해 조정구역 해제 지역과 주변 일대 아파트 가격이 급격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계속 이끄는 요인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진행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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