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버티면 역사의 죄인 될 것” 황교안ㆍ나경원 불출마 촉구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3선 중진인 김세연(47ㆍ부산 금정)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에 비수를 꽂았다. 한국당을 “생명력을 잃은 좀비” “비호감이 역대급 1위”라고 부르더니, 급기야 “수명이 다했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당의 ‘해체’를 요구했다. “섭리를 거스르며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총선 불출마까지 촉구했다.

1972년생에 소신파 개혁보수 이미지인 김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당 텃밭인 데다 선친(김진재 전 의원)에게 물려 받은 탄탄한 지역구를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그의 선언이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진 이유다. ‘남’이 아닌 ‘우리’를 향해, 그것도 ‘자기 희생’을 전제하고 던진 말들이라 그 자체로 울림이 컸다. 김 의원은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맡고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바꾸되, 나는 빼고 바꾸라’는 수준인 한국당의 쇄신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비슷한 인식을 갖고 비슷한 정도의 우려를 나눠온 분들이 일부 계시다"고 여지를 두었다. 그러면서 최근 당내 초ㆍ재선 의원들의 ‘중진 먼저 용퇴론’에 대해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며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남한테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현재 한국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향해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며 “감수성이 없고, 공감 능력이 없고, 그러니 소통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장성 영입 논란 등을 초래한 황교안 체제를 직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을 올해 3월 여의도연구원장에 중용한 것이 황 대표다. 김 의원은 불출마 결심 과정에서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일절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본인에 대한 불출마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의 깜짝 선언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수도권 3선 의원은 “김 의원이 당에 던진 화두에 대해 당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거취를 돌아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 폭주를 막기 위해선 지금의 한국당 모습으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공론”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당에 남아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보수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해 안타깝다”며 “당 혁신에 대해 당 구성원들이 심각하게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권 재선 의원은 “반문재인 연대를 위해 통합과 인적 쇄신을 뼈아프게 진행 중인데 한국당을 해체하라고 하니 내부 동력을 약화시키는 건 아닌 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당을 해체하고,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108명의 의원들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은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정당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연구하고 있다"며 보수 신당 창당을 전제한 뒤 “연구원은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원장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36세 때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2016년 탄핵 정국 때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 지난해 1월 복당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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