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수의 성차별ㆍ성희롱 전수조사
서울 총신대 학생들이 교수들의 성차별ㆍ성희롱 발언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일부 교수는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며 노골적인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신대 총학생회 등으로 이뤄진 ‘총신대 학생자치회’는 교수 5명이 올해 했던 성희롱ㆍ성차별ㆍ성적 대상화 등 부적절한 발언들을 18일 공개했다. 총신대에서는 지난달 신학과 교수가 헤어롤을 한 학생을 매춘부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학생들은 “제보자 및 증인의 요청에 따라 회의를 통해 공개하는 내용이고, 발언과 관련해 녹취록과 다수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제보자를 추측하고 특정하는 등의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임을 알린다”며 총신대 총학생회 ‘내일’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발언과 성명서를 게시했다.
학생들이 공개한 발언 중에는 “난 영계가 좋지, 노계는 별로지만 이 사람은 좋다”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셔서 성관계를 가질 때 격렬하게 해도 상처가 안 나게 되어 있다” “형제는 유혹 받은 적 있어요? 누가 다가와서 동침하자 했던”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심각한 수준의 발언이 다수 포함됐다. “항문 자위를 하면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처럼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도 있었다. 헤어롤 학생을 매춘부에 비유한 교수의 발언 전문에는 “내가 교수가 아니라면 돈 한 만 원 줄 테니까 갈래? 이렇게 하고 싶어”라는 말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은 “지난달 신학과 교수 사건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내 성폭력 긴급조사처리위원회,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교수들의 발언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며 “대책위 내부에서 이런 발언들이 공개됐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학교 당국은 지금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수업과 채플에서 발생하는 성희롱ㆍ성차별 문제, 공론화 된 교수 징계, 2차 가해 확산 방지, 제보자 보호, 수업권 침해 해소, 재발 방지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진정성 있는 사죄와 합당한 징계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ㆍ제보 학생 신원 보호 △수업권 보장 △예방 및 교육 등 제도적 대책 마련 △현 문제 처리 과정 대내외 공개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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