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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일보문학상] 해외 입양아의 목소리에 담아낸 환대의 서사

입력
2019.11.19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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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백 년 넘게 한국문학계 기둥 역할을 해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2번째 주인공 찾기에 나섭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이달 하순 발표합니다.  

<8> 조해진 ‘단순한 진심’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

작가는 한 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 돌아보는 사람이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라고 작가를 부를 수 있다면 조해진을 보게 된다. 조해진은 한국 사회를 거쳐 흩어져 간 디아스포라들의 운명을 그려 왔다. 이름 없이 역사의 괄호에 묶여 버린 운명들에 주목해 왔다. 소설의 질문들은 묵중했다. 탈북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진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묻고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된다”는 지워지지 않을 문장을 새겼다.

장편 ‘단순한 진심’은 한 해외 입양아를 역사의 괄호에서 풀어 내고 있다. 철로에 버려진 기억을 자신의 첫 기억으로 가진 아이는 이 땅에서 잠시 문주, 박에스더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프랑스로 보내졌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초대장 없이 이 세계로 건너온 불청객’이라는 ‘버려진 자’로서의 자의식을 가진 나나는 아이를 임신한 채 한국을 방문한다.

소설 속 한 입양인의 전언에 따르면 입양은 버려진 자신을 구원해 주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박탈하기도 했다. 따라서 입양인의 서사는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 가장 절박한 실존의 서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잇대어 곤혹스러운 질문에 부닥친다. 왜 나는 버려졌을까. 해외 입양인들 스스로 밝혀냈듯, 많은 경우의 입양이 인신매매에 가까운 ‘아기 수출’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한국의 65년 해외 입양사는 국가 폭력이기도 하다.

조해진은 인물들이 타자, 혹은 타자의 삶과 만나는 방식에 늘 주목해 왔다. 조해진의 문장은 그 지난하고 가닥 없는 결을 더듬어 내는 데 혼신을 다한다. 이 소설 역시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이 서로 결핍을 대면하고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여로에 집중해 있다. 나나를 철로에서 구해다가 문주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한 해 동안 거둔 기관사 정우식, 그리고 기지촌의 미혼모와 혼혈아를 돌본 복희 식당의 추연희를 만나면서 하나의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는 그들의 삶의 태도를 살피게 된다. 그건 돌봄이라든가 돌봄이 가능한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변주해 내는 ‘이름들’은 입양아로서 나나에게 말뚝과 같은 상징이기도 하면서 앞서 자기의 생에 호의를 베푼 희미한 존재들에 대한 호명이기도 하다. 나나는 그 이름을 망각하지 않는 게 세계 앞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라고 말한다. 나는 조해진이 소설의 인물들과 함께 겪어 내면서 내놓는 이런 대답을 깊이 경청하게 된다. 그게 여기에 당도한 목소리, 가까스로 우리에게 당도한 목소리 중 하나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알아보겠다, 침묵하지 않겠다, 함께 분노하겠다, 곁에 있어 주겠다는 목소리와 함께 ‘망각하지 않겠다’는 말을 새겨 놓는다.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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