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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쇠퇴하고 있는 러시아

입력
2019.11.2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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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11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동하고 있다. 포토아이
13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11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동하고 있다. 포토아이

러시아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푸틴 정권 하의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미국을 대체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계속 개입하며, 최근 소치에서 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주최했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은 그리 미덥지 않다. 러시아가 미국과 동급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며,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2014년 우크라이나에 실질적 무력행사를 하고, 시리아에 파병하여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살리고, 사이버 수단을 사용하여 미국과 다른 나라의 선거를 방해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제적인 훼방꾼일 뿐이고 실제로는 쇠퇴하고 있다.

1959년 니키타 흐루쇼프는 1970~1980년이면 소련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랑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러기는커녕 1991년 붕괴되어 영토의 4분의 3, 인구의 반, 경제의 반, 그리고 병력의 3분의 1이 줄어든 러시아가 되었다. GDP는 미국의 21조달러에 비해 1조7,000억달러에 불과하다. 1989년 소련 경제는 중국의 두 배였지만 현재 러시아의 GDP는 중국의 7분의 1이고, 게다가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첨단제품은 제조업 수출의 11%(미국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언어, 역사, 노동력 이주 측면에서 인근 지역에 대해 약간의 소프트파워가 있긴 하나, 러시아 영화를 시청하는 외국인은 거의 없으며 러시아 대학은 세계 100대 명문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효과적인 시장 경제를 위한 정치 제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노상 강도’ 같은 국가자본주의는 신뢰를 창출할 만한 효과적인 규제가 미비하다. 공중 보건 체계는 약하며, 러시아인의 평균 수명(남녀 72세)은 유럽보다 5년이 짧다. 유엔 인구 통계학자들은 러시아 인구가 현재 1억4,400만명에서 1억2,1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러시아는 부패한 제도와 심각한 인구학적, 보건문제를 가진 ‘일모작 경제’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웠지만 거의 실행되지 않았고 부패의 만연으로 현대화가 어려워졌다. 푸틴은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존재를 회복시킨 성공적인 전술가지만, 장기적인 문제 해결에 능숙한 전략가는 아니다.

푸틴의 성공적인 전술 중 하나는 중국에 대한 지지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서구의 제재를 초래한 후 중국을 ‘주요 전략 파트너’로 선언했고, 이에 대한 답으로 시진핑은 푸틴을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로 선언했다.

전통적인 세력 균형 정치는 강대국 미국에 대해 이 정도의 반응은 예측했었을 것이다. 1950년대 중국과 소련은 미국에 대항해 동맹을 맺었다. 1972년 닉슨이 중국에 개방한 이후 미국과 중국은 소련의 힘을 제한하기 위해 협력했다. 이런 정치적 조정은 소련의 붕괴로 끝났다. 1992년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를 ‘건설적 협력관계’로 선언했고, 1996년에는 ‘전략적 협력관계’가 되었고 2001년 7월에는 ‘우정과 협력’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이들은 유엔 안보이사회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고 인터넷의 국제 관리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취했고, BRICS그룹과 상하이협력기구 같은 다양한 외교적 틀을 통해 입장을 조정해 왔다. 이들은 이제 비핵 군사 기술을 공유하고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긴밀한 중ㆍ러 동맹에는 전술적 협조보다 훨씬 심각한 장애물이 있다. 그것은 불신이다. 19세기 세계에서 중국 땅을 가장 많이 가져간 나라가 러시아다. 현재 극동 지역의 인구학적 상황, 즉 국경 지대 러시아 인구가 600만명이고 중국 인구는 최대 1억2,000만명인 상황은 러시아에게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쇠퇴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무역은 증가했지만 투자는 지연되었고 러시아는 중국 수출 시장에서 10위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는 동맹의 미약한 파트너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푸단대의 펭유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중미 관계이다. 스탈린과 마오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쇠퇴에 안도하기보다 이를 2류 세력으로 보아야 한다. 1914년의 오스트리아-헝가리처럼, 쇠퇴하는 세력은 위험을 피하려 하지 않고 부상하는 세력보다 잃을 것이 적다. 러시아는 미국을 파괴하기에 충분한 미사일과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단 하나의 나라이므로 여전히 미국에 잠재적인 위협이다.

쇠퇴 중이긴 하나 러시아는 규모가 크고, 교육받은 인구, 숙련된 과학자와 공학자, 막대한 천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2차대전 후 40년간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룬 소련만큼은 힘들겠지만, 핵무기, 석유, 가스, 사이버 기술, 유럽과의 근접성, 중국과의 동맹 가능성으로 인해 러시아는 미국에 문제가 될 수 있고, 푸틴이 의지하는 포퓰리스트 민족주의는 인센티브가 된다. 쇠퇴하는 세력에도 부상하는 세력과 비슷한 외교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가 퇴임하면, 미국은 현재 미비한 러시아 전략을 확실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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