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씨,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쿨존 안전 관련 법 정기국회 통과 호소
“엄마 아빠가 너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까, 여기에서 있던 아픔 다 잊고 마음껏 뛰어 놀아.”
고 김민식군의 부모는 18일 김군의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납골당을 찾아 김군에게 ‘민식이법’ 통과를 약속했다. 김군은 9월 11일 충남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이 민식이법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의무적으로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고 사고 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가 다음달 10일로 다가오면서 민식이법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김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민식이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인터뷰에서 “법안 발의를 해주신 의원들은 많이 노력해주고 최선을 다 하겠다 하지만 그분들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20대 국회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법안 하나가 통과되려면 전체회의에 상정돼야 되고, 소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원회에 올라가고, 거기서 통과되면 법사위, 법사위에서 통과되면 또 본회의”라며 “본회의까지 가야 법안이 통과되는데 정작 소위나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되는 법안들이 많고 상정돼도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아 정말 말 그대로 휴지조각 되는 법안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안전을 위한 건데, 원래 회의 일자 말고도 양쪽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아이들 안전 법안만이라도 20대 국회 안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해보자고 할 수 있다”며 “저희가 그 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많이 힘겹고 좌절이 된다”고 언급했다.
인식과 제도 개선 문제도 지적했다. 김씨는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다 알겠지만 요새 유치원에만 가도 ‘파란 불에는 손들고 건너세요’, ‘빨간 불에는 건너면 안 돼요’라고 가르친다”며 “신호등이 있다면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과연 빨간불인 상태에서 길을 건너겠냐. 제도적인 장치가 많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의 인식도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튀어 나올지 모르니 전방을 주시하고 속도를 사전에 줄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군의 부모는 정기국회 종료가 임박해오면서 민식이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군의 생일이었던 18일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법안 통과까지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한다. 민식이법 통과가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도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질문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김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이 자리에서 “이런 슬픔이 없도록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가 2019년에 꼭 이뤄지길 약속 부탁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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