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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강기정 수석 보내 ‘황교안 단식’ 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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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강기정 수석 보내 ‘황교안 단식’ 만류

입력
2019.11.20 17:40
수정
2019.11.21 00:5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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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 “뜬금없는 민폐 단식” 일제히 비난

선거법 등 합의처리 희박… ‘제2 패트 충돌’ 우려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돌입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돌입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만류했다. 강 수석은 단식농성 중인 황 대표를 찾아가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인근에서 집회 도중 농성장을 찾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도 만나 "(황 대표가) 날을 여기서 지새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드렸다"고 했다. 보고를 들은 문 대통령은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강 수석이 전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제시한 3가지 조건 중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에 대해 "지소미아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황 대표를 설득했다.

또 3가지 조건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에 대해서도 "오늘 이인영·나경원·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얘기하러 미국 방문을 했지만, 실제로는 선거법·공수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할 것이라 들었고, 그렇게 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이날 단식에 들어가자 패스트트랙 공조에 나섰던 여야 4당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특히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 시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여야 협상이 아예 불발돼 ‘제2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며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정쟁에만 사용하니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도, 고위층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공수처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GSOMIAㆍ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국무총리까지 역임하면서 국정을 담당했던 황 대표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합리적 비판마저 황 대표의 단식으로 관심이 흩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단식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는 데 대한 비판도 거셌다. 무엇보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야 할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난관에 봉착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해법 모색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른 날 단식을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정치개혁 때문에 곡기를 끊겠다는 것은 엉뚱한 소리”라며 “한국당에게도 정치개혁(선거법 개정) 법안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허송세월했다. 법안 처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하루라도 선거제 개편 논의에 임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황 대표의 뜬금 없는 단식은 의회정치, 정당정치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대권가도만 생각하는 소아병적 행태”라며 “비례대표를 늘리자 하니 비례대표를 없애는 ‘청개구리 개혁안’을 내놓고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황 대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나서면서 이들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부터, 공수처법을 비롯한 검찰개혁 법안은 내달 3일부터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모여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정치협상회의’가 21일 열릴 예정이지만 단식에 돌입한 황 대표의 불참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채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정치협상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5당 의원들이 모여 실무회의를 가졌지만 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회의 도중 자리를 떴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른 의원들은) 황 대표가 없는 상태로 (내일) 회의를 진행 해보자고 하더라”고 했다. 황 대표 참석 여부에 대해선 “(단식 중이라) 모양새상 시기는 좀 그런 상황”이라며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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