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외교관 아니라 군인 같아” 비판 고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고압적 태도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해리스 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때까지 여러 대사들을 만나 봤지만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나는 해리스 대사가 있는 한 미국대사관에 밥 먹으러 안 간다”고 했다. 이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사실 군인 출신이지만 얼마나 스마트한가”라며 “그런데 해리스 대사는 정말 군인 출신 같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가 주미대사 인사에 영향을 줬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주미대사가 안 된 것도 해리스 대사가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한다”며 “비선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해리스 대사를 움직였다고 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의원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가 이혜훈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뜬금 없이 초청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며 “사실이면 대단히 무례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가 아무리 군인 출신이라도 대사로 임명된 이상 외교관으로서 예의와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본인의 행동이 나라의 상징이 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7일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해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 “50억달러라는 단어만 20번 정도 들은 것 같다. 수십년간 많은 대사를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민홍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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