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8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인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윤영렬 광주시 감사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는 주춤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검찰이 19일 이용섭 광주시장의 측근인 김모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 사무실과 자택에 이어 21일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까지 압수수색하면서 다시 수사에 탄력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최임열)는 이날 이 사업 대상지인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했다가 재선정된 ㈜한양 지역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한양은 지난해 11월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광주시도시공사가 같은 해 12월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특정 감사 결과 발표 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자진 반납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한양 측이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양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장에서 탈락하자 제안서 작성 지침 위반 등을 이유로 광주시도시공사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광주시에 냈던 터라,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양 측이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검찰이 헛발질 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검찰은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했다가 특정감사 이후 금호산업㈜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됐던 ㈜호반건설에 대해서도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하자 금호산업의 제안서가 허위 작성됐다는 의심을 품고 시에 이의제기를 냈다. 이 과정에서 시는 금호산업이 이미 제안서 허위 작성 논란이 제기된 평가 항목에 대해 ‘0점’을 받은 데다, ‘사업신청자는 심사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수용한 뒤 특정감사까지 벌여 우선협상대상자를 호반건설로 변경해 의혹을 키웠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데는 정 부시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의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 길목이 차단당하면서 수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검찰은 이에 개의치 않고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수사 여유를 부리다가 정 부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미처 그리지 못한 전체 그림을 빠르게 그려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시장이 최근 검찰 수사 장기화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도 검찰이 막판 수사에 뒷심을 내게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경우 수사의 장기화로 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공원 토지 소유자들의 공원사업 중지 요구가 많아지고 있고 우선협상대상자들은 사업추진에 걱정이 많다는 보고도 받았다”며 “이번 일로 중앙공원 등이 도시공원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시민들의 삶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에 대해선 “모범적인 공직자”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에 광주지검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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